“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많다고 하지만 부채가 2000조 원이라면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은 5000조 원, 아파트 등 비금융자산은 9000조 원입니다. 순자산만 1경 2000조 원인 셈인데 이 자금 대부분이 지금까지는 은행에 있었지만, 이제는 투자시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금융투자업은) 그만큼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산업이며, 회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21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 설명회에 참석해 금융투자업과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강조했다. 고려대 경영대 83학번인 김 회장이 모교를 직접 찾아 후배들을 만난 것은 3년 만이다. 김 회장은 2003년부터 매년 대학가로 직접 나서 신입 사원 채용 설명회를 챙겨왔지만 코로나19 유행이 거셌던 2020·2021년 두 차례는 별수 없이 비대면(온라인)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20년째를 맞은 올해는 다시 직접 인재를 찾아 나서는 전통으로 돌아왔다.
이날 강연에서 “어느덧 회사 설명회를 진행한 것이 20년 차가 됐는데 늘 ‘같은 꿈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주제로 강연을 해왔다”는 말로 서두를 연 김 회장은 “오늘도 변함없이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한국금융지주(071050)가 원하는 ‘인재상’을 밝혔다. 김 회장은 “꿈을 가진 사람, 그리고 ‘스테이 헝그리(Stay Hungry)’”를 강조하며 “지금의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도전을 계속해 나가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 “왜 그렇게까지 강조하느냐고 묻는데 그건 우리가 더욱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연 후 1시간가량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채용에서 반드시 떨어뜨리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하나는 확실한데, 거짓말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김 회장은 “금융회사로서 신뢰가 최고의 덕목인데 거짓말을 한다면 다른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함께할 수 없다”고 했다. “회장님이 생각하는 20대의 도전이란 무엇인가”라는 도전적(?)인 질문도 나왔다. 김 회장은 대학 4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과거를 말하며 “제일 힘든 일을 하면서 내 생활 태도를 바꿔보자는 생각에 5개월 정도 원양어선을 탔다”는 경험을 말했다. 하루 18시간씩 노동을 하는 치열한 경험을 통해 삶 자체를 많이 배웠다는 기억도 덧붙였다.
투자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김 회장은 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주식 직접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투자 철학은 있다며 “잘 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내 투자 철학은 좋은 사람에게 투자하자는 것”이라며 “그런 철학 아래 지금 사람에 투자하러 설명회에 왔다”고 웃었다. 김 회장은 최근 증시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지난해 채용 설명회를 진행할 때는 시장이 너무 좋아서 ‘시장이 좋다고 덜컥 증권사 들어오지 마라’는 조언을 했는데 올해는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변하기에 낙담할 것도 없다”며 시장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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