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대면 형태로 개최된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첫날, 각국 정상과 고위급 외교 인사가 모인 미국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하고 러시아를 공개 성토하는 장이 됐다. 연설 무대에 오른 각국 정상들은 이번 전쟁을 ‘제국주의의 재림’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번 사태로 무용론이 다시 불거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혁 요구도 거셌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전쟁이 지속될수록 각국 안보와 주권이 동맹의 힘보다는 무장단체의 무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제국주의로의 회귀”라고 역설했다. 주어진 시간의 2배인 30분 동안 격정적인 연설을 이어간 그는 “오늘날 침묵하는 이들은 어떤 면에서 신제국주의와 공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 놓인 다른 유럽 국가 정상들도 러시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러시아의 침공을 ‘신식민주의’라고 비판하며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응을 요구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은 자신이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전쟁과 제국주의적 야심을 포기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력 지원을 촉구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오늘의 희생자는 우크라이나지만 러시아의 제국주의가 성공하면 내일은 세계 어떤 나라도 희생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핀란드·리투아니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 정상 등도 러시아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금이야말로 유엔헌장의 이념과 원칙으로 돌아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유엔 개혁을 촉구했다. 유엔의 ‘실세’인 안보리는 10개 이사국 가운데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중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을 채택할 수 없는 구조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신흥국 중심으로는 러시아를 향한 직접 비난보다 협상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전쟁의 중재자를 자임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합리적 외교를 통해 이 위기에서 품위 있게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역시 무차별적인 대러시아 제재보다 협상과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는 26일까지 각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기조연설을 하는 일반토의가 진행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연설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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