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400원 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장중 한 때 1397원을 넘어섰고, 16일에는 전날 종가보다 5.3원 오른 1399.0원에서 출발하며 하루 만에 연고점을 다시 썼습니다. 이는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5개월 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죠. 환율은 어디까지 올라갈까요. 다음 주 미국이 금리를 0.75%~1% 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환율은 더욱 치솟을 것이고, 한국은행은 추가적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됩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미 6% 대로 올라섰는데 여기서 금리가 더 오른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요.
이번주 서지혜의 SML(서울경제 머니라이브)은 환율 1400원 시대를 앞두고 ‘한국의 닥터둠’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와 함께 올해 4분기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봤습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은 향후 5~10년간 좋을 일이 없다”는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놨는데요,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격상승 이끈 저금리·유동성 끝났다…20개월~4년 하락할 것
환율이 오르면 가계에는 부담이 됩니다. 수입해서 들어오는 물건의 가격이 오르고 물가도 오르기 때문이죠.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상의 압박이 생깁니다. 미국은 다음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1% 올릴 것으로 예상 되는데요. 이 경우 올해 연말까지 미국 기준금리는 3.75~4%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별 수 없죠.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이 이코노미스크는 “한국은 연말이까지 기준금리가 3%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기준금리는 자연스럽게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죠. 최근 부동산 가격은 하향세에 막 들어섰는데요. 이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부동산 가격은 안 좋을 것”이라며 “한 번 하락을 시작하면 짧아도 20개월, 길게는 4년 넘게도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어도 바로 다시 V자 반등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횡보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저금리와 유동성 종식’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중 통화량이 3년 6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했습니다. 통화량은 2018년 9월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냈는데요.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를 유지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정책 지원이 늘어났죠. 가계는 대출을 통해 주식, 부동산 등 자산 투자를 늘렸고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역사적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인, 저금리와 유동성이 제거되고 있다”며 “유동성으로 만들어진 가격은 유동성이 끝나고 나면 원래의 가격, 출발점으로 내려오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난집 부채질하는 인구급감… 강남불패는 없다
그럼에도 ‘강남 불패’는 계속되지 않을까요? 최근에도 서울시 강남구·서초구 일부 아파트는 ‘신고가’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서도 인구 구조를 근거로 부정적 의견을 내놨습니다. 우선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30~40% 정도 떨어져야 끝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실제로 이는 이 이코노미스트 뿐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지난 40여 년간 우상향했지만 1990년대 초반,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2~3회의 급락기를 겪었습니다. 이 시기마다 주요 지역 부동산 가격은 20~3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실제로 2008년을 보면 서울 대장주인 압구정현대아파트도 18억대 중반에서 2013년 13억 대로 내려앉았고, 대치 은마아파트 역시 10억4500만 원에서 3억 원 이상 하락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도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억8000만원에서 20개월 사이 1억 3000만 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특히 이번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이전에 비해 더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인구 급감’이라는 요인이 더해졌기 때문이죠. 이 이코노미스트는 “은퇴한 세대는 주택을 공급하고, 30대는 주택을 사는 세대인데 30대는 앞으로 계속 줄어들 것이고, 은퇴 세대는 계속 많아질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하락은 주가 하락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무주택자들에게 주택 매수 적기는 아닙니다. 이 하락장이 꽤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대출로 집을 산 세대가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며 이 횡보장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오랜 시간 가격이 횡보하는 사이 사람들은 ‘부동산은 끝났다’는 흉흉한 소문을 견뎌내야 한다”며 “바닥을 벗어나 상승하는 데는 최소한 5~6년이 걸릴 것이고 2020년대 후반이 돼야 비로소 꿈틀거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아직 바닥 아니다…2차전지 주목
이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우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코스피를 이끄는 상위 종목은 대부분 수출 기업인데요. 흔히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에는 이론상 유리하다고 여겨집니다. 환율이 오르기 전에 원자재를 재고로 저렴한 가격에 확보해 놨기 때문에 환율이 오른 시기에 제품을 싼 가격으로 내다팔면 오히려 기업의 이익에는 도움이 됩니다. 올해 2분기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는데 거기에는 환율이 큰 영향을 미쳤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영향을 사라집니다. 재고가 떨어지면 원자재를 높은 가격에 확보해야 하고, 환 헷지를 하는 데도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유리한 시간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표적인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는 16일에도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습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시기 정부 지원금으로 삼성전자의 주요 제품인 IT 기기를 대규모로 한 번 교체했고, 교체할 시기는 아직 멀었다”며 “여기에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이니 삼성전자의 주가는 앞으로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8월 ICT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4.6% 줄었는데 이 중 컴퓨터와 주변기기 수출이 두 달 연속 20% 이상 감소세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난세에도 영웅은 있죠. 이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부터 6년 여간 주가가 1900~2200포인트 안에 머무는 장세가 이어졌지만 각 시기마다 엔터테인먼트, IT, 화장품 등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이 등장했다"며 “이번 하락장에서 눈여겨볼 업종은 2차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은 주가가 지지부진한 시장에서도 7월부터 50%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며 “시장이 계속 주도주가 될 업종과 종목을 탐색하고 있는데 LG엔솔이 새로운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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