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로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원자재·소재를 대체할 국가로 캐나다가 떠오르고 있다. 캐나다에는 니켈·코발트·흑연 등 핵심 광물이 매장돼 있다. 유럽 완성차 업계가 북미 시장 내 전기차 생산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캐나다에서 한국 배터리 업계와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한국과 캐나다 간 자원 분야 협력이 강화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SK온·삼성SDI(006400)의 니켈 조달도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정·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8일부터 5박 7일간의 일정으로 영국과 미국·캐나다 순방길에 오른다. 캐나다에서 열릴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는 전략물자인 배터리 등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캐나다는 제2위 광물자원 공급국이자 리튬·니켈·코발트 등 2차전지와 전기차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생산국”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보다 원활하게 니켈을 공급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K배터리가 자랑하는 하이니켈 배터리에는 니켈이 다량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2020년 기준 16만 7000톤의 니켈을 생산하며 세계 6위를 차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인도네시아·필리핀·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K배터리는 IRA 통과로 북미 시장에서 원자재를 조달하는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만큼 캐나다와의 협력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의 절반은 배터리의 핵심 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돼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2024년에는 50%로, 2027년에는 80%로 높아진다. 나머지 절반도 양·음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주요 부품의 50%가 북미에서 제조돼야 받을 수 있다.
유럽 완성차 업계도 IRA 발효 이후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 속도를 내는 가운데 캐나다를 핵심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캐나다 정부와 배터리용 광물 공급 협력에 대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할 정도로 이번 MOU의 중요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이 북미 시장 내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캐나다를 택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작 파트너는 미국에서 양산 경험이 있는 국내 배터리 셀 업체 중 한 곳일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은 물론 캐나다에서도 배터리 공장 투자를 이미 확정한 상태다. 스텔란티스와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총 4조 8000억 원을 투자해 2024년 양산을 목표로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003670)도 미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현지에 배터리 소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이 밖에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도 새 기가팩토리 후보지로 캐나다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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