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인 리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세계 리튬 시장의 60%를 거머쥔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창출되는 이익을 빨아들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눈여겨 보며 일찍이 남미 등지에서 광물 공급망을 장악한 결실이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리튬(탄산리튬 기준) 가격은 지난해 9월 6일 1㎏당 122위안(약 2만 4219원)에서 올해 9월 6일 482.5위안(약 9만 5786원으로 1년 만에 4배 가량 뛰었다.
이 덕택에 중국 양대 리튬 생산 회사인 톈치리튬과 간펑리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각각 103억 위안(약 2조 335억 원), 73억 위안(약 1조 4415억 원)을 기록했다. 간펑리튬의 순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중국 리튬 회사들은 남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사들인 광산에서 리튬을 채굴해 중국으로 들여온 뒤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한다. 세계 리튬 채굴량에서 중국의 비율은 13%에 불과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정제 리튬 세계 시장 점유율은 60% 수준에 육박한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중국에서 수산화리튬을 들여와 배터리 제품을 생산하는데 리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중국은 일찍이 남지에서 리튬 공급망을 장악해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의 과실을 독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미에는 전 세계 리튬의 절반 이상이 매장돼있다. 간펑리튬은 호주·멕시코·아일랜드 등 해외 주요 리튬 광산의 지분을 보유했고 톈치리튬은 호주 광산과 칠레 최대 리튬 업체인 SQM의 지분 24%를 갖고 있다. 간펑리튬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광산 채굴 회사 ‘리테아’를 9억 6200만 달러(약 1조 3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리튬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수요가 커지고 있는 데다 리튬 생산 중심지인 쓰촨성에서 폭염으로 인해 전력 제한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쓰촨성이 세계 탄산리튬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달한다.
여기에 중남미에서 자원민족주의가 거세져 리튬 통제가 강화되면 리튬 품귀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볼리비아는 이미 리튬 광산을 국유화했고 멕시코 정부는 국영 리튬 회사를 운영하기로 했다. 좌파 정부가 집권한 칠레도 리튬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리튬 규모가 증가하는 것도 가격 상승과 관련이 깊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 수입액 17억4829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14억7637만달러로 84.4%를 차지했다. 올해 1~7월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454.1%나 늘어났는데 이는 중국 수입액이 469.2%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코발트도 전체 수입액 1억5740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1억2744만달러로 81.0%를 기록했다. 천연 흑연의 경우 전체 수입액 7195만달러 중 6445만달러가 중국산으로, 비중이 89.6%에 달했다.
이들 자원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18년 64.9%에서 지난해 83.8%로 18.9%포인트 올랐고 같은 기간 코발트는 53.1%에서 64.0%로 10.9%p 상승했다.
중국이 장악한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한국이 벗어나려면 호주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6일 발간한 ‘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동향 및 한국과의 협력방향’ 보고서에서 향후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처로 호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보고서는 코트라 시드니·멜버른무역관이 한국의 6대 핵심광물인 리튬·니켈·코발트·흑연·희토류·백금족 등의 호주 공급망 동향을 점검하고 호주와의 핵심광물 협력 기회를 국내 기업에 소개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대표 광물인 리튬·니켈·코발트 매장량은 세계 2위,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 6위 국가다. 코트라는 호주와의 핵심광물 협력 방안으로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공급망 위기 대응, 핵심광물 협력 및 대화 채널 확대, 국가 자원안보 콘트롤타워 구축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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