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의 혹한기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시세가 급등하는 재미로 투자에 나섰던 코인 초보들은 더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가격의 급등락만을 좇아 투자하는 것도 장이 좋을 때 얘기니까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코인도 꼼꼼하게 분석해서 들어가야 합니다. 근데 막상 정보 찾기가 쉽지 않아요. 코인 백서라고 증권신고서와 비슷한 설명서가 하나 있긴 한데 죄다 영어에요. 이거 너무하네... 영어권 투자자와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죠. 최근 국내 코인거래소들이 영문 백서를 국문으로 번역해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길다? 요약본도 있어요. 그렇다면 백서에서 뭘 보면 좋을지 포인트도 짚고 갈게요.
코인 백서? 그게 뭐죠
코인 백서는 코인 발행 주체가 작성하는 일종의 사업계획서입니다. 비전, 발행량, 유통계획, 기술력 등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어 투자자는 백서를 통해 코인 발행 주체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 방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으로 치자면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와 유사합니다.
코인 백서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가상자산 산업의 특성상 대부분 영어로 발행합니다. 해외 코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한 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록체인 용어는 한글로 적혀 있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영어라니요. 투자자가 코인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 자료인 백서부터 언어와 용어의 장벽이 만만치 않은 셈입니다. 그렇다고 묻지마 투자를 할 순 없죠. “모르면 공부해서라도 봐라.”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입니다.
코인 백서 ‘한글판’ 여기서 확인!
영알못이라고 너무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 국내 코인거래소들은 투자자들이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글판’ 코인 백서를 제공하기 시작했거든요. 전문 번역부터 요약본까지, 원하는 대로 골라보면 됩니다.
업비트는 코인 백서 전문을 한글로 번역해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총 27종 코인의 백서를 분량에 관계없이 전문 번역해 올려놨죠.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홈페이지의 조사·연구 탭에서 쉽게 확인 가능합니다.
코인원은 사업계획, 발행량, 로드맵 등 코인 백서에서 중요한 일부분만 1장 내외로 요약해 제공합니다. 코인원에 상장된 총 195종 코인에 대한 한글판 요약 백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코인원 홈페이지의 인사이트 탭에서 가상자산명세서를 확인하면 됩니다.
4쪽짜리부터 60쪽짜리까지…뭘 봐야 되냐면
코인 백서는 코인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분량은 물론이고 내용도 정해진 규격이 없다 보니 모두 같은 항목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꼭 확인해야 할 포인트들은 있겠죠. 우선 기본적으로 봐야 하는 것은 발행 목적, 발행량, 유통량, 채굴 방식, 보상 방식, 사용처 등입니다. 그리고 비전과 목표 달성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적인 수익 모델이 있는지, 수익 달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요. 이 내용은 로드맵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그럼 백서를 한 번 읽어볼게요. 코인원에서 ‘위믹스’ 요약 백서를 찾아봤습니다. 백서에 따르면 위믹스는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 생태계 플랫폼입니다. 게임 개발사에는 블록체인 게임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사용자에게는 디지털 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지갑과 이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합니다. 위믹스 토큰은 이러한 생태계 내에서 사용되는 고유 재화이고요. 위믹스는 블록체인 게임계에서 1등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 및 비전을 가지고 올해 말까지 위믹스를 기축통화로 하는 게임 100개를 블록체인에 올린다는 로드맵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모든 내용은 백서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자세히 적진 못했지만 코인의 구조와 수익 방식도 나와있습니다. 특히 로드맵은 수시로 업데이트를 하기 때문에 코인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확인 가능하고요.
백서만 있으면 된다? 위믹스 매도 사태 시작은...
그럼 백서만 있으면 만능이냐? 그렇진 않습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추상적인 표현으로 청사진을 제시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백서들도 여럿 있거든요. 이를 규제할 가상자산법이 없기 때문이죠.
위믹스 얘기 또 해볼게요. 위믹스는 지난해 11월 최고가를 기록한 뒤 두 달 만에 80% 가까이 폭락했는데요. 이 시기에 위메이드가 지속적으로 코인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져 ‘먹튀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런 대량 매도를 공시하지 않고 진행한 것은 투자자 기만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위메이드는 “코인을 매각해 생태계를 위한 재투자에 쓰겠다는 내용은 코인백서에도 명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코인 백서 32페이지에 나와있는 위믹스의 배포계획(사진)이 그것인데요. 이게 코인 매각에 대한 이야기인지 투자자가 단번에 알 수 있을까요?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이었다면 증권신고서 가장 앞쪽에 중요한 투자 위험 요소를 투자자들이 잘 볼 수 있게 요약했을 것”이라고 꼬집으며 “백서의 내용은 추상적인 표현으로 투자자가 판단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듯 백서는 만능이 아니에요. 하지만 여러 코인의 백서를 읽다 보면 상대적으로 부실한 코인을 찾기 쉽고 골라내는 눈이 생기게 됩니다. 여기에 여러 기사나 분석 리포트까지 참고하면 더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겠죠. 그러니 관심 있는 코인에 백서가 없다? 그러면 과감히 스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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