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분쟁은 급격한 식량 가격 충격을 야기했다. 유통은 둔화돼 전 세계적 식량 부족과 가격 인상을 초래했고 이어진 분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품인 밀·옥수수·해바라기 등 작물들의 전망이 나빠졌다. 몇몇 국가가 국내 인플레이션 대응책으로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식량 가격 상승의 여파는 전 세계에 걸쳐 나타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특정 지역에서 더 강력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으로 흑해 유역에서의 공급이 교란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곳에서 수입되는 밀에 의존하는 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은 극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옥수수를 수입하는 일본·멕시코·스페인 그리고 일부 아시아 국가도 영향을 받고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유의 주요 수입국인 인도와 중국 역시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소득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저소득 국가는 고소득 국가보다 더욱 혹독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식량 가격이 상승했을 때 고소득 국가보다 저소득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정도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분석 결과 고소득 국가에서는 식량 충격 발생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으나 저소득 국가들은 최초 충격 이후 12개월 동안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경험했다. 즉, 저소득 국가들은 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다 장기간 겪게 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최근의 미국 달러 환율이 역사적인 고점을 기록하고 있어 유동성 공급이 축소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종합하자면 흑해 유역으로부터의 식량 공급 부족에 직면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과 저소득 국가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들 국가의 회사채 발행자들, 특히 하이일드 채권 발행자의 경우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신흥국 하이일드 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지난 13년 중 두 번째로 높은 상태이며, 특히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하이일드 채권 투자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 취약 지역 국가의 하이일드 채권 리스크는 식량 가격이나 미국 환율이 다시 하락하기 전까지는 높게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는 언제나 리스크를 수반하지만 투자자들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리스크 관리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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