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전 우리나라에 본점·주사무소가 없었던 일본법인의 국내 소재 재산을 대한민국이 귀속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토지대장을 보면 일본 법인 A사는 1920년 광주 광산구의 한 저수지에서 제방(둑)으로 사용된 토지 소유권을 얻었고, 당시 A사 본점은 일본 도쿄에 있었다. 관청이 이 땅을 관리했다가 해방 후인 1977년 농촌근대화촉진법에 따라 인근 농지개량조합(한국농어촌공사 전신)으로 관리권이 다시 이관됐다. 조합이 갖고 있던 모든 권리 의무는 농업기반공사에 포괄 승계됐고 농업기반공사는 현재의 한국농어촌공사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해 3월 광산구 요청에 따라 해당 토지가 일본법인 명의의 미등기 토지이므로 귀속재산에 해당한다며 대한민국 명의로 소유권 보존 등기를 마치면서 문제가 생겼다. 농어촌공사는 땅을 관리한 공사에 토지 소유권이 있다며 소유권 이전 등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토지 주인이 대한민국 정부나 농어촌공사가 아닌 A사라는 이유로 농어촌공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귀속재산처리법 2조 3항이 “1945년 8월 9일 이전 국내에서 설립된 일본 법인의 주식이나 지분은 귀속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 점을 고려해 주식·지분이 아닌 부동산은 국내에 설립된 일본 법인의 고유 자산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토지 대장상 소유 명의자가 일본 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귀속재산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한국에서 설립된 일본 법인이더라도 일본에 본점이나 주 사무소를 둔 채 한국 재산을 취득한 경우라면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소유재산이 귀속재산에서 제외되는 ‘국내에서 설립된 영리법인’이란 국내에 주된 사무소나 본점을 두고 설립된 법인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귀속재산처리법에 따라 이 사건 토지가 귀속재산에서 제외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A사가 ‘국내에 주된 사무소 또는 본점을 두고 설립된 영리법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심리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해방 전부터 일본 법인이 소유했던 국내 소재 재산이 귀속재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처음으로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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