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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급등에 침몰하는 한전.. 올 상반기 영업손실 14.3조

전기료는 사실상 동결.. 연간 30조 손실 우려

연료비 급등에 탈원전 후폭풍 등 복합적 영향

내년 전기료 2배이상 껑충 뛸 수도

한전 "자산 매각 추진해 재무개선 나서겠다"





한국전력이 올 상반기에 14조30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비 가격이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소폭 올리는데 그쳐 역대 최대 손실로 이어졌다. 연료비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반면 전기요금은 오는 10월 1kWh당 4.9원 오르는데 그칠 전망이라 한전이 올해 30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전력은 올 상반기에 매출 31조9921억원, 영업손실 14조30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한전 측은 “매출액은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조정에도 불구하고 3조3073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영업비용은 연료가격 급등 등으로 17조4,233억원 증가한 것이 이 같은 실적악화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1톤당 LNG 가격은 57만7000원 수준이었던 반면 올 상반기에는 134만4000원으로 132% 껑충 뛰었으며, 유연탄 가격도 올 상반기 1톤당 318 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21% 급등했다. 여기에 발전 및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늘어나며 기타 비용까지 9119억원 증가했다.

반면 전기요금은 이 같은 원가 상승분을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 ‘탈원전 청구서’ 비판을 의식해 문재인 정부는 기준연료비(1kWh당 9.8원)와 기후환경요금(1kWh당 2.0원) 인상분을 올 1월부터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했으나, 반영시점을 늦추는 꼼수를 부렸다. 실제 이전 정부는 직전 연도의 연료비를 바탕으로 1년에 한번 산정되는 기준연료비 상승분은 4월과 10월에 4.9원씩 나눠서 반영토록 했다. 기후환경요금 또한 4월부터 적용토록 해, 당시 ‘3월 대선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 시기를 늦췄다’는 비판이 거셌다. 한전측은 이전 정부의 이 같은 꼼수정책에 따른 상반기 손실액만 2조3000억원으로 추정중이다.

여기에 매 분기마다 산출되는 실적연료비가 동결된 것또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올 1분기에 1kWh당 14.8원의, 2분기에 1kWh당 33.8원의 요금 인상분이 발생했다며 매분기마다 요금인상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동결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과 올 3월에 단행된 올 1·2분기 실적연료비 동결은 이전정부의 결정으로, 결국 출범한지 100일이 채 되지 않은 현 정부가 관련 부담을 모두 떠안는 모습이 됐다.



이 같은 한전의 실적악화 기조는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 정부는 올 3분기 실적연료비를 1kWh당 5원 인상토록하고 4분기부터는 기준연료비 미반영분(1kWh당 4.9원)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지만 연료비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요인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전은 올 3분기 1kWh당 33.6원의 요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했으며 현재 글로벌 에너지 수급 문제를 감안하면 4분기 요금인상 요구분 또한 1kWh당 30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규 기준연료비는 올해 대비 1kWh당 30원 이상 급등할 수 있어, 내년 1월부터 날아오는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전년 대비 2배 가량 높은 요금이 청구될 전망이다.

반면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민생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추가 요금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법으로 제약된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늘리는 등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글로벌 연료비 가격 안정때까지 버텨보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때 처럼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중이다.

반면 올 겨울 글로벌 한파 발생 가능성 등으로 각국이 천연가스 수급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글로벌 기후변화로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어 이 같은 높은 연료비 가격이 ‘뉴노멀’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임의적으로 전기요금 가격조정에 나서는 경우가 반복돼 도입된지 채 2년이 되지않은 ‘연료비연동제’와 관련한 무용론도 다시한번 거세질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전은 글로벌 연료가격 급등으로 인한 사상 최대 영업손실 및 이에 따른 재무구조의 급격한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그룹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 위원회’를 중심으로 부동산, 출자지분, 해외사업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또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사 전반의 경영효율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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