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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놓은 두뇌도 실리콘밸리行…인재전략이 없다

[창간 기획 - 팍스테크니카 시대, 인재에 달렸다]

<2> '한국판 만인계획' 세워라

美·中 등 파격 조건으로 인력흡수

韓은 보상 적고 연구 인프라 부실

다양성 포용하는 생태계 만들어야

세계 각국이 미래 신산업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인재 육성 및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첨단 기술이 집약적으로 투입되는 우주산업의 성패도 결국 인재에 달렸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를 앞두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원들이 대전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청정실에서 차세대 소형 위성 2호의 태양 전기판 조립에 전념하고 있다. 이 소형 위성은 누리호 3차 발사 때 탑재된다. 김수현(왼쪽부터) 연구원, 전현규 연구원, 차원호 선임연구원, 장일영 연구원. 대전=권욱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S급은 물론 A급도 아닌데 몇 년 전 한국에 스카우트돼 운이 좋았죠.” (대기업 AI 로봇 분야 책임자인 한국계 미국인 A 씨)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서울대의 AI·반도체 분야 석·박사 중 우수한 40%가량은 실리콘밸리로 나가 거의 돌아오지 않습니다.” (김정호 KAIST 교수, KAIST·삼성전자 산학협력센터장)

“저도 제안을 받았지만, 중국은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어요.”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



우리나라가 주요 10개국(G10)으로 부상하고 글로벌 한류 붐도 지속되고 있으나 여전히 핵심 인재가 뛰어놀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임원 B 씨는 “미국에 반도체와 배터리 등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것도 공급망 관리와 시장 개척뿐 아니라 현지 인재 유치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대기업의 해외 인재를 실리콘밸리 기준으로 보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 볼일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1세대 기업인인 류장수 AP위성 회장은 “오히려 대기업이 벤처기업에서 힘들게 키운 사람을 빼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나랏돈으로 양성한 핵심 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김정호 교수는 “국내 연구 현장에서 보상도 크지 않고 수직적인 문화가 여전해 인재를 붙잡기 힘들다”며 “언어·교육·주거 문제까지 겹쳐 해외 인재 유치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가 AI대학원을 10곳에 만든 것처럼 10곳의 반도체설계대학원을 세워 10년간 3000명의 인재를 키워야 한다”며 “이들이 국내에 남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특성화대 총장인 C 씨는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면 연구 여건 등 합당한 조건을 맞춰줘야 한다”며 “하지만 기존 교수들이 반발해 힘든 실정인데 이런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대학에서 교수를 뽑을 때 요즘은 해외에서 포닥을 한 국내 박사가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그만큼 국내 수준이 높아졌다(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는 평가도 나오지만 역설적으로 해외 인재난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 공공 연구소는 해외 인재 유치를 시도조차 하기 힘든 여건이다.

조남준 교수는 “AI·반도체·바이오 등 글로벌 인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홍콩이 중국에 편입된 뒤 많은 인재가 해외로 유출됐지만 한국은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했다”며 “한국에서 다양성을 포용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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