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되면서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운용사 간 ‘수수료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TDF 상품을 판매 중인 주요 자산운용사 6곳 가운데 TDF 총보수비용비율(TER)을 내렸거나 인하를 검토 중인 곳은 4곳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TER은 펀드가입시 안내되는 판매수수료와 운용보수뿐 아니라 수탁·사무관리·기타비용 등을 모두 합친 연평균 수수료율을 말한다.
우선 KB자산운용이 1월에 이어 ‘KB온국민 TDF’의 운용보수를 추가적으로 10%씩 낮춰 수수료 인하 전쟁에 불을 붙였다. KB온국민 TDF의 TER은 연 0.36~0.61% 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 운용사의 TDF2050과 2040 TER은 연금 온라인 전용 상품 C-Pe클래스 기준 0.6~0.9%대로 형성돼 있다. KB자산운용의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에 대응해 ‘한국투자TDF알아서’의 운용보수 인하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 운용 규모는 이날 기준 각각 9657억 원, 1조 2397억 원으로 향후 양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추격해야 하는 삼성자산운용 역시 내부적으로 수수료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삼성ETF를 담은 TDF2050’의 수수료가 0.6%대로 대형 운용사 중 KB온국민TDF와 함께 업계 최저 수준인 만큼 시장의 동향을 살펴본 뒤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LifePlusTDF’의 수수료 인하 결정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TDF 시장의 거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존 수수료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자산배분TDF 2040과 2050의 수수료는 0.6~0.8%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TDF 시장을 보면 시장을 선점한 대형 운용사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타사 대비 압도적인 운용 규모를 통한 시장 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 운용 규모는 4조 8174억 원으로 2위인 삼성자산운용(2조 1094억 원)보다도 두 배 이상 크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수수료 인하보다 운용 성과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는 최근 1년간 운용 규모가 3743억 원에서 7845억 원으로 109.59% 증가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점도 한몫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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