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2분기 반도체 부족 사태와 부품 공급망 불안 등 대외 악재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매출은 35조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3조 원에 육박하며 나란히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국내외 차량 판매 감소세가 지속됐지만 제네시스와 친환경차 등 고부가 차량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영업이익률이 8.3%까지 높아졌다.
현대차(005380)는 21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경영 실적 발표회를 열고 올 2분기 매출액 35조 9999억 원, 영업이익 2조 979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8.7%, 58%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가 분기 기준으로 3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최대 기록은 2012년 2분기의 2조 5372억 원이다. 매출은 기존 최대치인 지난해 4분기 31조 265억 원을 2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6조 2985억 원, 4조 9087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를 비롯한 차량용 부품 수급에 차질이 이어지면서 차량 생산과 판매는 모두 타격을 입었다. 국내외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97만 6350대에 그쳤다. 주요 시장 가운데 유럽과 미국 지역에서는 판매가 늘었지만 국내와 중국 시장에서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며 전체 판매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1년 이상의 출고 대기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9.2% 급감한 18만 2298대를 팔았다. 반면 유럽과 북미 시장은 친환경차의 인기에 힘입어 각각 2.9%, 6.6% 판매가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60.9%)에서는 부진이 이어졌고 러시아(-66.8%) 시장도 전쟁의 여파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비중 확대와 환율 효과가 판매량 감소의 충격을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분기 52%로 확대됐다. 제네시스를 포함하면 SUV 비중은 55.1%까지 늘어난다. 전체 판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G90 판매가 지난해 2분기의 3배에 가까운 7000대를 기록하는 등 제네시스 브랜드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기차의 비중도 5.4%로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상승하며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8.3%로 2014년 4분기(8.0%) 이후 7년여 만에 8%대를 회복했다.
일단 올 하반기에도 주요국의 수요는 굳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현대차의 국내 출고 대기 물량은 64만 대에 달한다. 유럽에서도 14만 대의 대기 수요가 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유럽과 미국에서 대기 고객이 늘고 있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신흥국은 선진국보다 자동차 산업 수요 회복이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올해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 코로나19 재확산세 우려 등 하반기 대외 불확실성이 높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최근 자동차 시장은 반도체 공급 문제를 포함한 각종 대외 리스크로 다소 침체된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인상의 여파가 커질 것으로 보여 원가 부담 증가가 예상되며 우크라이나 전쟁도 여전히 불확실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의지다. 앞서 기아·현대모비스와 함께 발표한 2025년 63조 원 투자 계획의 절반이 넘는 34조 원은 현대차가 분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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