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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가만히 앉아 1분기 만에 800억원 벌었다…사정 들여다보니 [뒷북비즈]

완화약세 속 환차익 1분기 817억원 기록

작년 4분기엔 577억 환차손…상황 반전

삼성전자·현대차, 헷지 효과로 환차익 적어

불확실성 증가에 기업 투자 위축 우려 커져

화물을 가득 싣고 가는 HMM의 화물선. 사진제공=HMM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는 동 원화약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100대 기업이 1분기에만 환차익으로 8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환율이 지속되면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투자하기보다 외화 비축에 집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서울경제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올해 1분기 외화표시채권, 외화 현금 등으로 총 817억원의 환차익을 거뒀다. 환차익은 원화와 외화 환율 변동으로 얻은 이익을 의미한다. 100대 기업은 지난해 4분기에는 577억원의 환차손(원화와 외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기록했는데 1분기 만에 상황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기업별로 보면 무역회사들의 환차익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해운회사인 HMM(011200)은 389억 34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얻었다. 팬오션(028670)도 102억 3100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두 회사는 국내에만 핵심 사업장을 뒀고 1분기 대규모 운송수지 흑자를 본 기업들이다.

이어 롯데케미칼(011170)(97억 3236만 원), GS글로벌(001250)(89억 8147억 원), 현대건설(000720)(72억 3400만 원),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55억 2501만 원), 카카오(035720)(52억 53만 원), 고려아연(010130)(45억 5290만 원), 포스코홀딩스(39억 1880만 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20억 5808만 원), 롯데쇼핑(023530)(20억 4829만 원), 삼성엔지니어링(028050)(16억 2013만 원) 등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이익을 거뒀다.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등 세계 곳곳에 생산시설을 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환율로 인한 이익이 적었다. 헷지(위험분산)를 통해 환율 위험을 미리 대비해놓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환차익 증가는 글로벌 악재가 쌓이면서 원화 약세 흐름이 고착화된 여파로 해석된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계속 팔아치우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넘어 6~7월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 해외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는데다 한미 금리까지 역전될 상황에 놓이면서 고환율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보다 주머니를 잠그는 소극적인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달러를 갖고 있는 수출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신규 투자를 진행하기보다 고환율에 기대 수익을 올리는 게 훨씬 유리하다. 지난달 30일 전경련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투자 계획 설문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8%는 ‘상반기보다 투자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은 16% 뿐이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것이고 원화가 단기간에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적다”며 “지금은 경제 위기 때보다 IT 버블(정보산업 기업들 거품) 붕괴 이후와 비슷해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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