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사거리에 위치한 샐러드 카페 ‘올되다농장’.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곳에 들어서면 ‘맛’을 입으로 느껴야할지 눈으로 느껴야할지 모를 정도로 생경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카페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정원, 아니 텃밭 때문이다. 푸른 잎사귀에서 느껴지는 신선함과 명도 높은 발광다이오드(LED) 등이 선사하는 쾌적함은 아직 맛보지도 않은 샐러드의 상큼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올되다농장을 찾은 지난달 28일은 마침 중부지방을 찾아온 장마전선 탓에 우중충하고 습한 날씨여서 카페 안의 ‘스마트팜’이 주는 인상이 더 강렬했다.
스마트팜을 접목한 샐러드카페 ‘올되다농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창업 과정과 포부를 들어봤다.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김근용이다. 2019년 여름 집에서도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수경재배 장비를 직접 만들었다. 재배 환경을 최적화하고 동시에 보다 많은 작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고, 이를 바탕삼아 학생과 일반인을 상대로 스마트팜에 대해 가르치다 이렇게 샐러드 카페도 열었다”
-일반 카페와는 사뭇 다른데 특징을 소개해 달라
“스마트팜에서 직접 키운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어 팔고 있다. 8만4000원을 내면 스마트팜 기계 한줄(7가지 작물)을 한 달간 분양 받을 수 있다. 선불금은 그 액수 만큼 매장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카페에서 내 작물이 자라는 걸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주 1~2회 직접 수확해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어떤 작물들을 재배하나
“멀티레드나 바티머 같이 샐러드용 유럽 작물을 기른다. 상대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맛 때문에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면 식감이 좋다. 유럽 채소는 100그램 기준 4000~5000원으로 일반 국내 작물보다 3배정도 비싼데 직접 재배해 음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덜하다”
김 대표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푸짐한 샐러드가 나왔다. 달콤새콤 드레싱과 함께 입에 가득 넣어 씹으니 부드러운 아삭거림과 은은한 향긋함에 몸이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스마트팜 설비는 모두 직접 만든 것인가
“그렇다. 수차례에 걸쳐 개량하고 최적의 부품 조합을 찾았다”
-어떻게 스마트팜 장비를 만들 생각을 했나
“주말농장이 취미였다. 근교에 땅을 빌려 직접 밭을 일궜는데 일정 때문에 며칠 못가면 금세 잡초가 무성해지고 관리하기 어렵더라. 그래서 아파트 베란다에 조그맣게 텃밭을 만들었고 수경재배를 공부해 직접 기기를 만든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원래는 무슨 일을 했길래 스마트팜 장비를 만들었나
“대학때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뭔가 만드는 데 소질이 있었다. 2013년에 드론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이후에 드론과 3D프린터 같은 4차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을 주제로 교보재를 만들어 학생이나 일반을 상대로 강의를 했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팜도 좋은 강의 주제가 될 것 같아서 수경재배기를 만든 뒤에는 몇몇 학교 내에 시설을 구축했고, 지금은 스마트팜 교육도 한다.”
-카페를 연 이유는?
“학교 등에서 스마트팜 교육을 하다보니 일반에게도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팜을 접목하기 가장 좋은 아이템이 샐러드카페였다. 샐러드카페를 열어 누구나 스마트팜을 체험할 수 있고 도시농업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도 알리고 싶었다.”
-카페를 통해 지역사회에도 기여한다던데
“구청이 주관하는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카페에서 진행한다.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주 2회 카페를 찾아 수경재배를 배운다. 교육을 마친 장애인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카페 한 곳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 같다
“스마트팜에 관심있고 업으로 삼고 싶은사람들을 이곳에서 교육하고 또 비슷한 일을 하고싶은 사람을 도울 생각도 있다. 지금은 카페로 시작했는데 고깃집이나 횟집에서도 스마트팜을 적용할 수 있을거고 사무실에도 스마트팜을 구축할 수 있다.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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