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가 우리 정부와 경기도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로 합의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이번 투자로 한국은 세계 반도체 장비 1~4위 업체의 연구·생산시설을 모두 품게 됐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서밋’ 행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와 국내에 첨단 R&D 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투자 의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센터 부지는 경기도 내에서 적절한 장소를 협의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와 시기는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마크 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 대표는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한국에 R&D 센터를 세우게 됐다”며 “고객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로직(논리적 연산을 수행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메모리 반도체의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국내 반도체 인재 육성과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기여할 R&D 센터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국내에 R&D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의 제조사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협조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속에 중국 제조 업체들과는 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을 제외하면 협력 체계를 구축할 회사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투자 결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최고경영자(CEO)는 5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마주했다. 이날 MOU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외국인 투자 유치 행사에서 성사됐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국내 진출로 한국은 미국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회사 가운데 3곳의 R&D 거점이 됐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매출·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시스템·메모리 등 반도체 공정과 관련된 장비 대부분을 제작한다. 나머지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2024년까지 2400억 원을 들여 경기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에 극자외선(EUV) 트레이닝센터와 재(再)제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7일에도 비메모리 신소재 개발 분야 글로벌 기업인 미국 온세미(On Semi)와 차세대 전력 반도체 연구소 설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세계 1~4위 반도체 장비 회사의 차세대 연구소를 모두 유치하게 돼 대단히 기쁘다”며 “경기도가 반도체의 메카가 돼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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