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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CCUS 인허가 겹규제…"폐기물서 제외, 부담 최소화를"

[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 ] 2부. 규제 주머니 OUT

<5> 기업 옥죄는 탄소중립·중대재해법

폐배터리 처리땐 넘어야할 법안만 5개…검사비도 만만찮아

포집한 CO2 용도 제한적…해외 배출권 국내 전환 확대 시급

'CEO에 과도한 형량' 중대법도 법인 처벌 방식으로 바꿔야





과속 탄소 중립 정책과 과도한 규제가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다. 탄소 중립이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면서 친환경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겹규제와 까다로운 인허가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SS·탄소 포집 기술도 뭉텅이 규제=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에서 니켈·망간 등의 소재를 회수하는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인 한 중소기업은 사업을 접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사용후배터리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터리는 순환 자원이 아닌 폐기물로 분류돼 인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아서다.

현재 사용후배터리 처리를 위해서는 단계별로 ‘대기환경보전법’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자동차관리법’ ‘전기생활용품안전법’ ‘폐기물관리법’ 등 5개 법안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업계에서 “법률 검토하다 날 샐 판”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 사용후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사용하는 경우에도 배터리 잔존 가치 검사 비용만 1000만 원에 달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인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의 경우에도 폐기물관리법 등 산적한 규제가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려 해도 폐기물관리법상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폐기물로 분류돼 있어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재활용 용도도 일부 화학제품으로 제한돼 업계가 요구하는 시멘트 원료 등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CCUS 시설은 주민 기피 시설이어서 지방자치단체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산업단지 입주 역시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산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하는 정부의 목표도 과도하지만 더 큰 문제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규제 완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CCUS로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사용후배터리를 폐기물에서 제외해 인허가 부담을 없애주고 해외 온실가스 배출권의 국내 전환 인정을 확대해주는 등 탄소 중립 전환 과정에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많은 기업이 탄소 중립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다양한 규제로 진입이 쉽지 않은 만큼 각종 규제를 없애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친환경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개인보다는 법인 처벌 바람직=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형량 부담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CEO 개인에게 다 지우고 형량을 징역 1년 이상으로 두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기업의 안전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법인에 대한 벌금 등의 처벌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도 중대재해법의 모호함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중대재해를 ‘다수의 사망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재해’로 정의하고 사망 사고 발생 시 처벌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전환해달라고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요청했다. 중대재해법상 개인에게 ‘1년 이상’이라는 하한형을 적용한 것은 형벌 체계 균형상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중견련은 또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처벌을 면제해달라고도 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시행된 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중대재해법을 손보기로 했다. 정부는 16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7월부터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등 재해 예방 실효성 제고 및 현장 애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안전·보건 의무 규정이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에서 우선적으로 개정해야 할 내용으로 ‘명확한 안전·보건 의무 규정 마련(37.5%)’이 가장 많았다.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부과(21.9%)’ ‘중대재해 기준 요건 완화(15.0%)’ ‘처벌 완화(9.4%)’ 등이 뒤를 이었다.

중대재해법이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응답도 52%(다소 위축 39%·매우 위축 13%)에 달했다.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사업주, 경영 책임자의 구속으로 경영 공백 및 폐업 우려’가 39.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급·용역 축소로 중소기업 수주 감소 및 경영 실적 악화(24.5%)’ ‘인력 운용 제약으로 기업 경쟁력 감소(22.4%)’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및 외국인의 국내 투자 감소(13.6%)’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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