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업계에서 석유·천연가스 개발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산업이 한국의 핵심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리튬, 니켈 등 관련 원자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반면 화석연료인 석유·천연가스는 지나치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핵심 자원인 가스·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해외 자원 개발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적극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 E&S와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국내 가스전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SK E&S는 호주에서 바로사 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개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4월 인수한 호주 세넥스에너지를 기반으로 가스전 사업 확대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석유 개발 사업도 민간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석유개발사업 자회사인 SK어스온을 통해 지난 4월 말레이시아의 석유 광구를 낙찰받았다. 4년간 광권과 광구 운영권을 확보한 SK어스온은 탐사를 통해 석유 탐사에 나선다. GS에너지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유전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기업의 고군분투 속에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국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는 여전히 핵심 자원이지만 첨단 산업 관련 원자재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뒷전에 밀린 상태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각국이 겨울을 앞두고 치열한 천연가스 확보 경쟁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인데 손을 놓고 있다가 자칫 ‘에너지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 안보라는 큰 틀의 관점에서 석유나 가스 개발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져야 하는데 과거 이명박 정부 때의 석유 개발 사업 실패의 트라우마로 인해 정부도 쉽사리 정책을 다시 펼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민간 중심의 석유·가스 개발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사업성 평가에 신중한 민간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 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되 세액 감면 등 세제 지원과 융자·보증 등 금융 지원 확대, 인력 및 연구개발(R&D) 지원 강화 등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업계 스스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어스온은 지난 40여년간 축적해 온 석유를 땅 속에서 캐내는 역량과 기술을 역으로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다시 지중(地中)으로 돌려보내는 CCS 사업자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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