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이 최근 5년간 신용등급이 높은 중소기업의 대출 비중을 확대하며 지난 한 해만 순이익이 7600억 원이나 늘었다.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도 초기 창업기업 보다 업력이 장기인 중소기업의 보증 공급을 확대한 덕분에 3000억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대출)과 보증업무를 하는 중소금융 전담 금융공기업이 신용등급이 낮고 초기 창업한 중소기업을 외면하며 배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운영현황’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은행의 최근 5년간 신용등급별 융자(대출)와 보증 비중을 살펴보면 AA- 이상 신용등급인 중소기업에 대해 융자 비중은 2017년 10.5%에서 2021년 11.8%로 1.3%포인트(p) 높아졌다. A- 이상인 중소기업 비중은 7.1%p 증가했다. 반면 BBB+와 BBB~BB, B+ 이하 중소기업에 대한 같은 기간 동안 각각 4.1%p, 3.8%p, 1.5%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전체로 봤을 경우 B+이하 중소기업 대출의 약 60%를 공급하는 등 저신용등급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에서도 유사한 추세를 보였다. 2021년 신용등급 AA- 이상인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 비중은 2017년 대비 3.7%p, A- 이상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14.1%p 급증하며 신용등급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공급이 확대됐다. 이런 추세 결과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아 재무구조가 탄탄한 신용등급인 BBB+ 이상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 비중은 2020년 64.3%에서 지난해 70.4%로 높아졌다. 보증 비중도 2020년 86.5%에서 2021년에 97.1%로 크게 상승했다. 덕분에 중소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 2020년 1조2632억 원에서 2021년 2조241억 원으로 지난 한 해만 7609억 원 폭증했다.
국회예산정채척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와 보증 공급 비중 확대는 중소기업 내에서도 대출 차별을 통해 안정적 수익 올리기에 치중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작 돈이 필요한 저신용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은행에서조차 돈을 빌리기 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중소금융 전담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외면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과 융자업무를 수행하는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력이 짧은 중소기업에 대한 공급 비중은 감소 하는 반면 업력이 긴 중소기업으로의 공급 비중이 증가하는 형태를 보였다.
기술보증기금은 업력 3년 이하의 보증 공급 비중이 2015년 18.3%에서 2021년 11.5%로 감소했다. 업력 1년 이하 기업에 대한 비중도 2015년 7.1%에서 2021년 2.8%로 낮아졌다. 하지만 업력 20년 초과인 중소기업에 대한 비중 은 2015년 11.2%에서 2021년 17.3%로 상승했다. 업력 30년 초과인 기업 비중 또한 2015년 2.2%에서 2021년 3.4%로 증가 추세다. 기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21년 4511억 원으로 전년도 보다 4695억 원이 증가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역시 업력 3년 이하 중소기업에 대한 비중은 2018년 31.4%에서 2021년 22.7%로 하락한 반면 업력 20년 초과 중소기업에 대한 비중은 2015년 7.9%에서 2021년 13.7%로 훨씬 높아졌다. 중진공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65억 원으로 전년(-2665억 원) 대비 3330억 원이 늘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한국기업평가 기준으로 BBB 신용등급은 보통 수준의 신용상태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지만 변동성을 내재하고 있고, BB 등급은 투기적인 신용상태로 채무불이행 위험 증가 가능성이 상존하는 기업이다. A 등급은 우수한 신용상태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은 기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리스크가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와 보증을 늘리지 않고 리스크가 적은 중소기업에 대한 공급 확대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며 “저신용 중소기업에 초점을 두고 이들을 위한 융자와 보증지원을 확대할 방안을 마련해 중소금융 전담 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개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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