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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덤터기'에 정책카드 소진.. 내달 전기료 오른다[양철민의 경알못]

전기료 인상 앞두고.. 秋 “한전 자성 필요”

한전, 30조 손실 전망.. 1kWh당 3원 인상 불가피

탈원전에.. 최대 6조원 가량 추가 손실 전망

한수원 사장직에 9명 지원.. '친원전' 정책전환 속도





정부가 올 3분기 전기요금 조정안 발표를 전격 연기하며 물가잡기와 한국전력 재무제표 개선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 중이다. 정부는 물가상승 우려가 큰 만큼 한전의 추가 자구안을 검토한 뒤 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전 측은 올 3분기 1kWh당 30원 이상의 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 중인 반면,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인상폭은 1kWh당 3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료 동결 시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결국 혈세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기료 인상 앞두고.. 秋 “한전 자성 필요”


2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 측에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을 연기한다고 전날 통보했다. 산업부는 애초 21일 오전 전기료 인상 여부 및 인상폭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자구 노력을 통해 전기료 인상 요인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 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3분기 전기료 기준 단가는 금주내로 발표할 예정이며 인상폭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3분기 실적연료비 인상 방안은 정부 내에서 사실상 확정이었고, 추가 인상 여부가 관건이었다. 연료비가 1년새 2배가량 뛰었음에도 전기료는 제자리걸음을 하며 한전이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한전은 올 1분기에 1kWh당 29.1원, 2분기에 33.8원씩의 전기료 인상요인이 발생했다고 보고했지만 정부는 두차례 연속 요금을 동결했다.

반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만에 최고치인 8.6%를 기록한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75% 인상하며 정부 내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었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한전의 재무개선은 정책 후순위로 밀리고 물가상승 억제가 정부 정책의 1순위가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처간 입장은 엇갈린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기재부는 요금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료 결정 주무부처는 산업부로 돼 있지만,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실상 기재부 장관이 전기료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결국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손에 전기료 인상 여부가 달려있는 셈이다.

추 부총리는 한전이 보다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전이 애초부터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미흡했다.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한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16일 정부 측에 △기준 연료비 조기 조정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확대 △연료비 미수금 정산 △요금에 원가 상승요인 반영 등을 요구했지만, 이 같은 분위기라면 이들 4가지 요구사항 모두 묵살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추 부총리가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전기·가스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만큼 올 3분기 실적연료비(1kWh당 3원)는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경영진의 지난해 성과급 반납 외에, 재무개선 내용을 담은 추가 자구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한전 또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라”는 정부의 압박과 관련해 할말이 많지만, 자칫 이전 정권에 대한 책임전가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구무언(有口無言)’인 모습이다.

‘탈원전 고지서’.. 이전 정권에 청구해야 할 판


이 같은 전기요금 조정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도 거세질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월성 1호기(700MW)를 비롯해 신한울1호기(1.4GW)·신한울2호기(1.4GW)·신고리5호기(1.4GW) 등 총 4.9GW 규모의 원전이 올 1분기 가동 중이어야 하지만, 이들은 아직 가동되지 못하고 있거나 조기폐쇄된 상황이다. 이들 원전의 빈자리는 값비싼 LNG 발전이 메웠다.

이들 원전 4기가 이용률 85%로 올 1분기 가동됐다 가정할 경우, 9121G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올 1분기 원전의 발전단가가 1kWh당 62.9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전력을 원전으로 생산 시 5737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같은량의 전력을 LNG로 생산할 경우 LNG 발전단가가 223.5원이라는 점에서 2조385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탈원전만 없었더라면 단순 추정시 연간 6조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했던 셈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에 완충 역할을 해 줄 원전 비중이 낮아져 결국 연간 추정손실만 30조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국민들이 이전 정권에 ‘탈원전 청구서’를 내밀어야 할 판”이라고 밝혔다.

신한울 1·2호기


한편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 공모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과 학계 인사 등 총 9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원자들은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을 지낸 유연백 민간발전협회 상근 부회장, 한수원 기술본부장 출신인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원자력학회·에너지공학회장을 지낸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산업부 전력정책심의회 위원을 맡고 있는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조병옥 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우중본 전 대성에너지 대표이사, 정경남 전 한전기술 사장,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김병기 전 한수원 노조위원장 등이다. 한수원 사장추천위원회는 향후 면접 등을 거쳐 후보자를 압축한 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할 예정이며, 관련 절차를 감안하면 오는 8월께 신임사장이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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