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스토리만이 살길’은 유명 출판사 W.W.노턴의 문학 편집자, 폭스TV 스토리 에디터와 선임 프로듀서 등을 거친 세계적 스토리 컨설턴트 리사 크론이 스토리의 생존 법칙을 다룬 책이다. ‘스토리’, 다시 말해 이야기는 사실을 해석하고 주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자기만의 서사 틀이다. 외딴 섬 같은 건조한 사실이 스토리라는 틀에 들어가 전후 맥락을 획득함으로써 의미를 얻고 그 중요성도 부각된다. 사실과 숫자와 통계도 그 자체로는 힘이 없으며, 스토리에 얹혀야 힘을 얻는다.
사람을 설득할 때를 생각해 보면, 아무리 정확한 사실이 있어도 그것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으며, 듣는 이의 경험과 통하는 스토리로 엮어서 들려줘야 가능할 일이다. 인간은 남에게 설명을 들은 것보다 스토리를 통해 깨우친 걸 22배 더 잘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콘텐츠의 홍수 속에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경쟁이 훨씬 치열해지면서 스토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책은 이를 위해 우선 인간이 스토리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이유와 그 구조를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전한다. 다음으로 확실한 타깃을 정하고 상대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는 것과 같은 스토리를 만들고자 할 때 필수적인 핵심 요소를 집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토리를 창작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필요한 사항을 소개한다. 또한 곳곳에 살아남은 콘텐츠의 스토리 구조를 분석한 후 핵심만 추린 법칙 27개를 싣고 있어 눈에 띈다.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스토리의 힘을 소개하면서 감정, 명확성 등에 대해 갖고 있는 대중의 통념을 뒤집어보려는 저자의 시도다. 특히 저자는 감정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감정이 앞선 결정은 후회만 남는다’는 식의 누명을 벗겨야 한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결정은 감정에 따라 이뤄지며, 감정이 전달될 때 거기에 깔린 사고도 같이 전해진다.
책은 “감정과 이성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공존한다. 일단 느끼고 그 다음에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스토리를 만들 때는 명확성을 의심하고 그 반대편의 취약함을 공략해야 한다. 누구나 가슴 속에 가진 두려움, 보이고 싶지 않은 약점을 파고들어야 스토리를 통해 상대를 변화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느낌을 인정하는 것만큼 사람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면서 또 하기 힘든 일이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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