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이 공직자윤리법의 사각지대를 노려 재취업하는 사례가 증가해 이해충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설립 1년 미만의 신규 금융사는 취업제한대상에서 빠지며 아예 재취업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금감원과 금융사의 소송전이 이어지며 퇴직자들의 재취업처로 로펌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퇴직자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 퇴직자들의 재취업 심사 신청은 40건으로 2019년 13건, 2020년 31건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만 재취업 심사 신청이 20건에 달해 지난해의 절반을 넘어섰다. 금감원 퇴직자들의 이직은 주로 로펌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재취업 심사 신청 40건 중 13건이 로펌이었으며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6건에 달한다. 금감원과 금융사들의 소송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사에 대한 관리 감독 업무를 해온 금감원 출신들이 로펌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당국 제재의 ‘방패막이’가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의원은 “로펌이 금감원 출신을 스카우트 하는 건 결국 재직 경험 때문”이라며 “‘자격증 소지자는 취업심사면제 후 즉시 취업, 미소지자는 3년 경과 후 재취업 가능’이라는 현행 제도의 형평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의 사각지대를 노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재취업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설립 1년이 되지 않은 신규 금융사의 경우는 취업제한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최근 금감원 국장급이 각각 새로 출범하는 푸르덴셜생명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카카오페이손해보험으로 이동했거나 이동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신규 법인으로의 이동이 늘어나고 있다”며 “해당 법인만이 아니라 그룹 전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거래소들도 최근 급격히 성장하면서 금감원 퇴직자들의 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이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로 이직했고, 올해 4월 재취업 심사 대상자 중 빗썸 감사실장 자리로 이직하는 경우도 나왔다.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에 금융사로의 이직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금감원은 2017년 채용 비리 사태 이후 상위급 추가 감축, 경영평가 성과급 축소, 해외 사무소 축소 등의 고강도 과제를 이행 중이다. 이로 인해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승진이 적체되고 해외 연수의 기회가 좁아지는 등 불만이 높은 상태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 우리은행 횡령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다가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까지 받으며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라며 “최근 금융감독원장의 사의 표명 후 인선작업이 길어지는 것도 사기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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