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미 정상이 만나면 무엇보다도 심각하게 끊어져 있는 원자력 산업 분야 협력을 서둘러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의 해외 원자력 시장 진출이 주춤한 지금이 원자력 분야의 가장 이상적 파트너인 한미가 공동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상현(사진) 세종연구소 소장은 1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 방향에 대해 이같이 제언했다.
그는 “러시아·중국이 전 세계 원자력 건설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글로벌 원자로 표준을 중국과 러시아가 차지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는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서 원전의 멜트다운(원자로 노심 붕괴) 사고가 발생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후부터 자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을 올스톱시켰다. 대한민국은 국내외에 수십여 기의 원전을 건설하며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원전 기술 리더십 공백을 막아줬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이마저도 차질을 빚었다. 그러는 사이에 러시아와 중국이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면서 전 세계 원자력 시장을 삼켰다.
이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원전 산업 협력 강화를 막는 걸림돌들을 해소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이후 진전된 것이 별로 없다”며 “양국 기업 간 다툼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P1000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전력공사 및 한국수력원자력이 기술 자립화에 성공한 한국형 원자로 ‘AP1400’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한미가 2015년 양국 간 원자력 협력 협정을 개정하면서 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HLBC)를 설치하게 됐는데 해당 고위급 채널이 문재인 정부 시절 유명무실화됐다”며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HLBC를 조속히 활성화해 고위급 단계에서 (지식재산권 등의) 민감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소장은 이어 “소형모듈원전(SMR)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공동 연구, 원전 안전 문제에서도 한미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미국 주도의 소다자 국제 협의체와 활발히 연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글로벌 현안에 대해 주요 국제기구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자 소수의 국가들과 소다자 협력체를 결성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거기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홀로 국제적 네트워크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 주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오커스(AUKUS) 등에 한국이 적극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지론이다. 그는 “이제는 쿼드에 한국이 참여하느냐 마느냐를 따질 시기가 아니라 어떤 이슈를 가지고 어떻게 참여하느냐를 논의해야 할 시기”라며 “백신 협력, 공급망 문제, 사이버 안보 등을 다루는 이슈별 그룹에 참여해 상호 전략적으로 유익한 방향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쿼드 참여 시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쿼드와 연대 시 ‘대한민국은 중국을 적대시할 의지가 없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중시한다’는 기본 원칙으로 참여한다면 중국도 대놓고 반발할 명분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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