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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323만대 판매…"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6→12%로"

[현대차·기아 국내 전기차 21조 투자]

■내연차 탈피 속도전

尹정부 민간주도성장 정책 화답

생산·R&D·연관산업 선순환 기대

유연생산·맞춤형 물류 단계적용

전기차 생태계 전반 고도화 추진

보급 최대과제 충전인프라도 확대

현대차 울산 공장 아이오닉5 생산 라인. 사진 제공=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월 4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현대차의 미래차 전략과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기아(000270)가 2030년 전체 전기차 생산의 절반을 국내에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동화 투자 계획을 18일 공개했다. 향후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을 키우고 인프라 확대, 신사업 모색 등에 8년간 21조 원을 투입한다는 청사진이다. 현재 6%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2030년 12%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올 3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발표한 ‘2030년 전기차 307만 대(현대차(005380) 187만 대·기아 120만 대)’ 목표를 두 달여 만에 323만 대로 올려 잡으며 전 세계적인 탈(脫)내연기관 흐름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특히 이번 투자 발표는 ‘민간 주도 성장’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맞물리면서 국내 미래차 생태계 구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국내 전기차 분야 투자는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 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전기차 생산부터 연구개발, 인프라, 연관 산업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내 전기차 생태계 전반을 고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단순히 전기차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서 더 나아가 선행 기술 개발과 인프라 조성, 관련 신사업 모색을 위한 전략 제휴 등에 전방위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먼저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뿐 아니라 전기차 생산 시스템 전반을 대대적으로 손보며 한국을 그룹 내 대표 전기차 생산 기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내연기관차 생산 라인을 전기차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 시스템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고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을 증설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비한다. 동시에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먼저 도입된 유연 생산 시스템과 맞춤형 물류 시스템, 디지털 제조 시스템 등을 국내 공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생산 최적화를 도모한다.

전기차 인프라 확충도 이번 대규모 투자의 한 축을 이룬다. 전기차 보급 확대의 최대 장애물로 꼽히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늘려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전기차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특히 전기차 고객의 충전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3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를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 4월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E-CSP)을 론칭한 바 있다. 여기에 롯데그룹·KB자산운용 등과 손잡고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최대 200㎾급 충전기를 임대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2025년까지는 전국 주요 도심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생태계의 뿌리를 이루는 부품사의 사업 전환도 지원 중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협력사에 대해서는 신규 품목 육성을 돕고 신사업 입찰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뿐 아니라 부품 협력사에서도 전기차 중심의 사업 전환이 이뤄져야 국내 전기차 생태계가 완벽하게 구축되는 것”이라며 “개별 부품사들은 전기차 관련 연구개발에 큰 비용을 장기간 지출할 여력이 없는 만큼 현대차·기아와 같은 대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이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는 한발 먼저 전동화 전환을 이루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890억 유로를 투자해 연간 350만 대의 생산 역량을 갖춘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순수 전기차 분야에만 520억 유로를 투입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용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목표하에 전기차 부문에 총 40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투자 역시 이제 막 성장세가 본격화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태생기를 넘어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며 “대규모 국내 투자와 연구개발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2%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포함해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며 기아는 전기차 13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가 올해 아이오닉6를 시작으로 2024년 아이오닉7을 출시한다. 기아는 EV6의 고성능 버전 EV6 GT에 이어 내년 EV9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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