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000270)가 발표한 국내 투자 계획이 노동조합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현대차(005380)·기아 노조는 회사가 해외 투자에 앞서 국내 사업장의 고용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 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기아 지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회사의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현대차 지부는 전날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 고용 유지 방안과 국내 공장 투자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국내 공장 투자 유보는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아 지부 역시 “3만 조합원의 고용 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내 공장 투자가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의 반발은 전동화 전환이 진행되면 국내 사업장의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국내 투자 계획 발표에도 노조의 반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현대차는 투자 계획 발표 이전부터 노조의 불안을 잠재울 고용 안정책을 발표해왔다. 현대차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노조와 맺은 ‘산업 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 협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협약에는 전동화와 미래 신사업 전환기에 국내 공장과 연구소가 미래 산업의 선도 기지 역할을 지속하고 이를 통해 고용 안정 확보와 협력사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익 구조를 확보해 국내 공장과 연구소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한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이날 현대차·기아는 국내 투자 액수와 시점·내용을 공개하며 기존 협약에 담긴 내용을 구체화했다. 다만 21조 원에 달하는 투자 총액을 언제 어디에 얼마만큼 사용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노조는 일단 회사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약속대로 대규모 투자와 고용 안정책을 발표한 만큼 노조도 임단협에서 미래차 전환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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