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까지만 해도 식자재 유통업체로부터 식용유 한 통(18ℓ 기준)을 4만 2000원 정도에 샀는데, 이제는 5만 8800원이라고 하니 한숨만 나오네요. 비용 아끼려고 기름 재활용 기기라도 구입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자영업자 A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여파로 국내 식용유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자영업자들이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 최대한 식용유를 확보하려고 동분서주하는 것은 물론, 기름을 조금이라도 오래 쓰기 위해 몇십만 원 하는 정제기를 들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떻게 하면 식용유를 많이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조언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정식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기존 거래처에서 재고가 부족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와서 일단 미리 10통을 한꺼번에 샀다”며 “가격이 더 오를 거라고 해 최대한 여러 방법으로 식용유를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도 “주거래 식자재 업체는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조금 비싸더라도 근처 식자재 마트를 돌며 재고가 있는 대로 식용유를 사들이고 있다”며 “가게가 좁아서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 가격이 더 오른다고 하니 테트리스 하는 것처럼 식용유통을 쌓아두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의 급등과 이에 따른 주요 유통 채널의 ‘구매 개수 제한’ 조치로 식용유를 미리 확보하려는 자영업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주요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식용유 18ℓ 제품의 최저 가격은 지난해 11월 5만 1090원이었는데, 이달 현재 6만 3250원까지 뛰었다. 6개월 새 1만 2000원이 오른 것이다. 배달비까지 고려하면 자영업자들은 3000~4000원을 더 내야 한다. 식용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이자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전국 매장 20곳에서 1인당 2개까지만 식용유를 살 수 있도록 했고, 코스트코도 일부 식용유 제품에 인당 구매 개수 제한을 걸었다.
식용유를 최대한 오래 쓰려고 정제기를 사는 업주도 있다. 튀김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는 “여러 번 같은 기름에 튀기면 제품 질이 떨어져 식용유 수명을 늘리는 정제기를 구입하려고 한다” 며 “다만 60만~80만 원 하는 가격이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사용하고 남은 폐유를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기 위해 관련 업체를 수소문하는 업주들도 있다. 폐유를 판 돈으로 식용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서울 금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C씨는 “그동안 폐유 한 통에 1만 7000원씩 팔았는데, 온라인 카페에서 2만 3000원까지 받는다는 업자를 알게 돼 연락해서 최근 수거 업자를 바꿨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식용유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공급 차질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가격 급등으로 자영업자·소비자들의 대량 구매에 대비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조정하는 것이지 수급은 아직 원활하다는 것이다. 한 식용유 생산업체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 부담은 있지만, 생산량을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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