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사들이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개발의 어려움과 개발 후의 실익을 감안할 때 중단 선언을 하는 편이 맞지만 세간의 시선을 생각하면 먼저 포기 의사를 밝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195940)이 10일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 자진 중단 의사를 밝힌 이후 백신을 개발 중인 회사들이 모두 고민에 빠졌다. HK이노엔은 3월 2·3상을 중단한다고 밝힌 제넥신(095700)에 이어 임상 시험 중단을 선언했다. 업계는 HK이노엔의 경우 이번 중단 선언으로 여러가지 짐을 덜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는 중단을 선언할 ‘다음 타자’가 누구일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는 상태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코로나19 개발 환경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악화했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임상 시험의 어려움이다. 이미 많은 인구가 백신을 맞았고,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상태여서 임상 시험 대상 자체가 많지 않다. 이들 중에서 자원자를 찾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대조군 백신을 이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두번째는 ‘실익’에 대한 판단이다. 이미 각국 승인을 획득한 여러 코로나19 백신 중에서 mRNA 방식인 화이자와 모더나 제품을 빼면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백신을 개발한들 수익 측면에서 과연 의미가 있겠냐는 게 개발사들의 고민이다.
한 백신 개발 업체 관계자는 “임상 시험을 지속하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실익 측면에서도 전망이 부정적이어서 중단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사회의 시선과 주가 등을 고려하면 포기 선언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제넥신과 HK이노엔의 포기로 현재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업체는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큐라티스, 아이진, 에스티팜 7곳이다. 이 중 빌앤드멜린다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해 국내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 외에는 여건이 쉽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품은 한국이 자체 백신을 보유했다는 의미가 있고 저개발국 등 외국에 내보낼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백신은 임상과 시장성 두 측면에서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역시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화이자와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가 이미 활발히 처방되고 있는데 새로운 약이 나올 경우 일선 의사가 그 약을 처방하려면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대단히 혁신적인 약이 아니라면 시장을 뚫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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