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교육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교사 업무 효율성도 개선시켜 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지털 기반 수업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실제 교육 현장에서 시너지를 나타낸다는 걸 전문 기관의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중상위권 점수 격차 27% 줄어
1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임철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연구원 염지윤·이종찬·유재혁·채지윤)은 구글 솔루션을 쓰는 서울시 S중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효과성 평가 연구’를 진행해 최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 관련 구글 솔루션의 효용을 심층분석한 전 세계 첫 연구다. S중학교는 지난해 10월 1, 2학년생 전원에게 구글 크롬북을 지급했다. 크롬북은 하드디스크가 아닌 웹브라우저로 주요 앱을 설치해 이용하는 게 특징인 노트북이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이 크롬북을 비롯해 구글 클래스룸, 구글 슬라이드, 구글 독스(문서) 등으로 구성된 ‘구글 포 에듀케이션 프로덕트’를 쓰기 전과 이후로 나눠 변화 과정을 추적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성적 향상이었다. 수학 과목에서 구글 솔루션의 전면 활용 이전인 중간고사와 그 이후인 기말고사를 비교했을 때 학생들 간의 점수 차이가 줄었다. 50점 만점 기준 ‘중상위권’ 내 점수 폭(상위 25% 대비 50% 간 점수 차)은 중간고사 7.17점에서 기말고사 5.2점으로 약 27%(1.97점) 감소했고, ‘상위권’ 점수 폭(만점 대비 상위 25%)도 5점에서 4.4점으로 12%(0.6점) 감소했다. 연구팀은 “기말고사가 일반적으로 중간고사 보다 난이도가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학습 격차의 감소를 보여줬다”며 “특히 디지털 리터러시(활용능력)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온 학생들에게 구글 솔루션이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 간 소통 활발…“수업이 더 재밌어졌어요”
이처럼 구글 솔루션 활용이 학업 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진 배경에는 교사-학생 간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지고 학생별 효율적인 분석을 통한 깊이있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학생들은 구글 클래스 댓글이나 채팅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보다 원활히 했고 이전 보다 친구들 간에 학습 관련 도움을 주고 받는 빈도도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평소 친구에게 꺼내기 어려운 질문들을 교사에게 일대일 채팅으로 물어보는 등 수업 참여도가 활발해졌다. 중위권 학생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상위권 보다 하위권 학생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려는 경향이 컸다. 그 결과 학생들은 대체로 수업이 더 재밌어졌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응답자 중 17%가 ‘훨씬 더 즐거워졌다’고 답했고, 49%가 ‘더 즐거워졌다’고 했다. 연구팀은 “향후 지속적으로 구글 솔루션을 수업에서 활용하면 하위권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학업성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교사 관점에서도 구글 솔루션이 학생들의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컸다. 가장 높게 평가한 부분이 ▲‘학생들이 학습 관련 지식·정보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5점 만점에 4.08점)’였고, 이어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더 잘 표현(3.85점)’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자신감 상승(3.85점)’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연구팀은 “1인 1기기 활용으로 참여도가 높아지고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해졌다”며 “특히 하위권에서 기기 조작과 멀티 미디어 활용, 동료 학습자의 학습과정 공유 등으로 구글 솔루션 활용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교사 역시 다양하고 창의적 수업 활용에 도움
교사들의 업무 방식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불러왔다. 먼저 학교 행정 효율이 높아졌다. 교사들은 일반 행정 업무 시간이 구글 솔루션을 쓰고난 이후 주 평균 7.31시간에서 5.85시간으로, 동료 교사와의 팀워크나 대화에 드는 시간은 2.96시간에서 2.38시간으로 감소했다고 답했다. 다만 개별 수업을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81시간에서 6.69시간으로 늘었는데, 연구팀은 “이는 여러 기능을 숙지해야 해서 오히려 시간이 더 소요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교사들은 기존 사용하던 ppt 자료를 구글 슬라이드로 바꾸는 과정에서 처음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들은 연구팀과의 면담에서 “크롬북과 같은 전용기기를 통해 학습에 필요한 앱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데 이점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수업과 학습 과정 및 결과가 솔루션 상에 남아 관찰이 용이하고 학생들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줄 수 있어 (노트북이나 태블릿 대비) 효과적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 동영상이나 이미지, 그래픽, 댓글 등을 활용해 수업의 깊이가 더해졌고 설문에서 교사들은 문제 해결이나 창의성에 있어 도움이 됐다는 걸 체감했다고 답했다.
일부 단점들도 지적됐다. 교육 솔루션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에는 도움이 되는 반면 막상 교사에 대한 주의집중은 다소 낮아지는 경향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기기를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 순 있지만 본질적인 학습 동기나 학업의 즐거움과 같은 내적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에는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결과적으로 교사의 교수 설계 역량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또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에 따른 학습 적응도 차이도 발생했다. 간혹 알림 기능이 학습에 방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크롬북이 노트북에 비해 사양이 낮다는 점과 다소 무겁고 교육 외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이 불만사항으로 꼽혔다.
초·중·고 1인 1기기 시대…에듀테크 노리고 각축전
코로나 이후 교육 현장에는 디지털 기반 교육 솔루션들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크롬북 출하량은 12만8000대로 전년(2만4000대) 대비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 말 잠시 주춤했지만 아직 납품되지 못한 대기 물량이 많아 올해도 높은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업계는 올 상반기에만 크롬북 출하량은 최소 8만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 6만4000여 대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구글뿐 아니라 애플, 네이버 등 에듀테크 시장을 노린 기업 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교육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스마트 교실’ 사업 입찰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스마트 교실은 초·중·고 학생들에게 1인 1스마트기기를 보급하는 정책이다. 이 중에서도 네이버는 국내 업체로서 우리 교육 현장에 가장 알맞는 기기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크롬북에 맞선 ‘웨일북’과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모아 제공하는 ‘웨일 스페이스’ 플랫폼이다. 웨일 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출시된 이후 현재 16개 시·도교육청에서 도입해 약 97만 계정이 생성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웨일 자체 철학인 ‘유저퍼스트(사용자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현장에서 선생님, 학생이 제공해주는 피드백을 신속히 반영해 성능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수업, 학습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국내 기관 등 교육 현장에 귀속되도록 한다는 것이 네이버의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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