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하우시스(108670) 등 신용도가 양호한 대기업들도 최근 시중 금리가 급등하자 신용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아 자금 조달에 나서 관심을 모은다. 회사채 발행 금리가 뛰고, 이를 사들이려는 기관 투자가도 줄자 대기업도 미매각 우려를 불식하면서 발행 금리를 낮추려 '체면보다 실속'을 택하는 모습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A+'인 LX하우시스는 최근 신용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아 1000억 원 규모의 P-CBO(자산담보부증권)를 발행했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SK렌터카(068400)(A) 역시 검토 중이던 회사채 발행 대신 P-CBO로 500억 원을 확보했다.
P-CBO는 신규 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ABS)이다. 신용보증기금이 비우량 기업의 채권에 보증을 서고 ‘AAA’ 등급의 ABS를 발행한다. 신용등급이 낮아 자력으로 사채 발행이 어려운 투기등급(BB+ 이하) 회사들을 위한 제도였지만 2020년 코로나19 여파가 확산한 이후 대기업까지 지원이 확대됐다.
그러나 참여는 많지 않았다. 우량 기업이 참여하더라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과 한데 묶여 채권이 발행되는데다 자기 신용으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평판 훼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신용등급이 롯데쇼핑(02353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AA-)와 맞먹던 LX하우시스가 1년 만에 저신용 기업들의 주된 자금 조달 창구인 P-CBO를 찾은 것은 금리 때문이다. 지난해 신용등급이 'A+'로 강등된 이후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신용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크게 유리해졌다.
이번에 발행한 LX하우시스의 P-CBO 금리는 연 3.71%로 동일 신용등급 회사채의 평균 발행 금리(3.97%) 대비 25bp(1bp=0.01%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A등급 회사채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 금리가 40bp 이상 올라 4%대에 조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SK렌터카도 이번 P-CBO를 통해 500억 원의 자금을 시중 금리보다 40bp 낮게 조달했다. 앞서 SK실트론도 3월 신보를 찾아 1000억 원을 P-CBO 형태로 조달했다.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중견기업 디티알오토모티브도 200억 원 어치 현금 확보를 위해 신보의 심사를 받고 있다.
IB업계는 회사채 만기 등 급전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최대한 하반기로 미루겠지만 자금 수요가 있는 대기업들은 5~6월에도 신보의 지원을 받거나 은행 대출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자금조달 담당 임원은 “미국 연준의 빅스텝 단행으로 회사채 발행은 수요가 많은 초우량 기업 일부에 국한될 것” 이라며 "신보의 지원을 원하는 A급 기업들이 지금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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