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실적 개선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빚까지 내며 현금을 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2021년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누적 매출액과 영입이익은 각각 1666조 5000억원, 130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8~2019년보다 각각 5.8%, 5.9% 늘어난 수치다. 비대면 수요 증가로 반도체 호황을 누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한 나머지 98개 기업만 따져도 2020~201년 매출액은 직전 2년보다 3.7%포인트 증가한 1228조 4000억원에 달했다.
실적 호조에도 이들 기업의 빚과 현금성 자산은 늘기만 했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을 우려해 투자보다는 현금 확보에만 주력한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보다 9.7% 더 많은 23조 7000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도 14조 8000억원(16.6%) 더 증가해 104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2020~2021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총 244조 6000억원이었는데, 현금성 자산은 이와 별도로 늘어났다. 투자(189조 1000억원)와 배당·이자(59조 5000억원)로 지출한 현금(248조 6000억원)보다 액수가 적었던 탓이다. 총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100대 기업의 순차입금은 지난 5년 간 증가 추세를 보인 끝에 지난해 말 164조 8000억원까지 늘었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보유 현금보다 빚을 더 많이 늘리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통화긴축 등 기업들이 당면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선제적 세제 지원·규제 개혁으로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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