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무역수지가 또 적자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원자재 가격이 꺾이지 않는 가운데 원화 가치도 빠르게 하락하면서 수입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재정과 무역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1일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26억 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2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다.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2.6% 늘어난 576억 9000만 달러로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수입액이 더 늘었다. 4월 수입액은 603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6%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적자 폭은 3월(-1억 1500만 달러)보다 큰 폭으로 확대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석유·석탄·가스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달 148억 1000만 달러로 1년 전의 2배에 달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식재료 가격도 급등했다. 밀과 옥수수 가격이 치솟으며 지난달 농산물 수입액은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인 24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상하이에 이어 다른 주요 도시에 대한 봉쇄에도 나서면서 수출 성장세도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 수출은 1년 전보다 3.4% 감소했다. 중국 수출이 줄어든 것은 18개월 만이다. 러시아 수출 역시 전년 대비 70% 넘게 줄었다. 무역 적자가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획기적 변화가 없다면 올 하반기까지 적자 행진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쌍둥이 적자’를 볼 수도 있다. 당장 올 4월까지 우리나라 무역 적자는 66억 1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4월 무역수지가 101억 3600만 달러 흑자를 봤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재정수지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정부가 예측한 올해 전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는 70조 8000억 원 적자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정세를 감안할 때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는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기술·규제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수출을 지금보다 더 늘리지 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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