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혁신실 관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창양(사진) 장관 후보자가 워낙 연구개발(R&D) 분야에 밝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보고 때마다 “R&D 진흥과 관련해 더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느냐”며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수장의 R&D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는 산업혁신실에 힘이 많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1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는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산업부 업무 보고 때도 주요 6대 항목의 하나로 R&D를 선정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내려가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제로 성장을 여는 첫 정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런 R&D 강조는 이 후보자의 의중도 강하게 반영됐다는 게 관가의 관측이다. 이 후보자는 KAIST 교수 시절 발표한 29편의 논문 중 14편의 타이틀에 R&D가 들어갈 만큼 R&D 전문가다. 올해 발표한 ‘R&D 직원 교육, 기술 지식의 축적 및 R&D 생산성’이라는 논문에도 기술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기업 생산성 향상의 핵심으로 분류하는 등 ‘R&D에 진심’이라는 평가다. 행정고시 29회 출신인 이 후보자는 1999년 17~25회의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산업부 수석과장인 ‘산업정책과장’에 선임되는 등 관료 시절에도 ‘산업통’으로 꼽혔다.
이 후보자는 교수 시절 자신의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R&D 등 혁신 성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꾸준히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 아카이브(기록물)’를 만들어 지인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한 실무 관료는 “차기 정부가 경제 부흥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카드가 많지 않은 만큼 ‘R&D의 사업화’에 강점이 있는 산업부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라며 "이 후보자가 에너지 쪽은 내부 출신의 차관이 중점 관리하게 하고 본인은 미래 성장 동력 마련에 보다 힘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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