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가 전장(길이) 5000㎜가 넘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내년 4월 출시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첫 대형 모델이다. 출시 일정은 국내가 앞서지만 주력 시장은 대형 SUV 수요가 높은 북미 지역으로 정했다. 내년 하반기 EV9 판매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Y, 폭스바겐 ID.6 등과 경쟁 구도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내년 4월부터 광명 1공장에서 EV9을 생산한다. 이를 위해 올해 7월 말께 사전공사를, 이어 9월 본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각각 여름휴가와 추석 연휴 기간을 활용해 전기차 생산을 위한 라인 공사에 나선다. 양산 일정이 구체화됨에 따라 기아는 이달 중으로 노조와 EV9 생산을 위한 고용안정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아는 EV9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차체 크기를 키웠다. EV9의 전장은 5010㎜로 지난해 11월 LA오토쇼 당시 실물로 공개한 콘셉트 모델보다 80㎜ 길어졌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3100㎜로 콘셉트 모델과 동일하다. 전폭과 전고는 각각 1980㎜, 1750㎜로 정했다. 기아의 대형 SUV 모델인 모하비보다 전장과 전폭·휠베이스가 모두 큰 전기차가 탄생하는 셈이다. 당초 광명1공장에서 생산될 전기차 모델은 중형급이 유력했지만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대형차 선호 추세가 강해지면서 차체 크기를 대형급으로 키웠다는 분석이다.
기본형에는 76.1㎾h, 항속형에는 99.8㎾h 배터리가 탑재된다. 충전 시 각각 365㎞, 480㎞ 주행이 가능하다. 항속형의 경우 기아가 지난해 제시한 목표 성능인 주행거리 482㎞에 근접한 수준이다. 다만 기아는 내부적으로는 EV9 개발을 위한 참고 모델로 테슬라 모델Y와 폭스바겐 ID.6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모델은 EV9보다 차체 크기가 작지만 그 덕에 항속형의 주행거리가 모두 500㎞를 웃돈다. 기아 역시 지난달 초 ‘2022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1회 충전 시 540㎞ 주행을 언급한 만큼 출시 전까지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작업이 계속될 여지도 있다.
기아는 EV9의 연간 글로벌 판매 목표를 7만 4000대로 설정했다. EV9은 내년 4월 국내를 시작으로 7월 유럽, 9월 북미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만 전체 목표치의 절반이 넘는 4만 2000대를 팔겠다는 계획이다. 북미 시장은 대형 SUV의 수요가 큰 만큼 국내와 유럽에 먼저 EV9을 선보여 초기 반응을 살핀 뒤 주력 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V9 생산을 위한 공사가 마무리되면 광명은 화성과 광주에 이어 기아의 국내 세 번째 전기차 생산 기지가 된다. 특히 광명 오토랜드는 1공장에 이어 2공장에도 2024년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이 구축될 예정이다. 일단 기아는 EV9 생산이 예정된 광명 1공장을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혼류 생산에 최적화된 공장으로 변환시킨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EV9이 대형 모델인 만큼 판매량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프리미엄급 차종으로서 국내외 시장에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지표가 되는 만큼 흥행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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