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정산, 환급 좀 받았나요?
13월의 월급이라는 연말정산의 결과가 나오면서 근로소득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13월의 월급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13월의 세금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은퇴를 앞둔 50대 중후반의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13월의 세금이 된다. 소득은 높은데 공제받을 요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성장하고 학업도 끝났으니 인적공제, 교육비 공제도 못 받는다. 배우자는 맞벌이라 안 되고, 부모님 공제마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보장성 보험료와 연금계좌 납입액 정도일 것이다. 몇 해 전 동료직원이 2월 월급은 몽땅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푸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럼, 환급받기만 하면 다인가.
물론 세금을 더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급받기까지 하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낸 세금이 상당한데 그중 일부만 환급받는다고 해서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엄청나게 떼어갔다가 쪼금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급을 받게 되더라도 전액을 환급받는 것이 아닌 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실제 내야 하는 세금이 얼마인지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이미 낸 세금이라서 관심도가 낮고, 환급받는다는 것에 취해서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더 내지는 않고 일부라도 다시 돌려받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
지난해 소득에 대해서 각종 공제를 반영하고 난 후, 최종적으로 내는 세금이 얼마인지 알아보려면 ‘원천징수영수증’의 72번 항목인 ‘결정세액’란을 보면 된다. 이 결정세액란에 나오는 소득세와 지방소득세의 합계액이 내가 내야 하는 1년 치 세금이다.
이 결정세액만큼을 내야 하는데 74번 항목의 ‘기납부 세액’이 결정세액보다 많다면 환급을 받는 것이고, 반대로 기납부 세액이 결정세액보다 적다면 그 차액만큼을 더 내야 한다. 여기서 기납부 세액이란 지난해 월급 받을 때마다 월급에서 원천징수된 세금의 총액이다.
환급받는 기분을 내보고 싶다면….
앞의 계산법을 보면 환급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결정세액 줄이든가, 반대로 기납부 세액을 늘리면 된다. 결정세액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더 많이 받으면 되고, 기납부 세액을 늘리려면 원천징수를 더 많이 하면 된다. 납세자인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제액을 늘려서 결정세액을 줄이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남들 환급받는 것이 부러워 나도 환급받는 기분이라도 내보고 싶다면, 공제를 더 받는 것은 어려우니 원천징수 세액을 늘리면 된다. 그럼 내가 원하는 대로 원천징수액을 늘리는 게 가능할까.
매년 연초에 회사에서는 ‘원천징수세액 비율 조정 신청’ 안내를 한다. 이때 원천징수비율을 세법 규정(근로소득 간이세액표) 대비 80%와 120%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120%를 선택해서 신청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정상적으로 떼는 것보다 20% 더 많이 떼게 된다.
원천징수 세액이 450만원인데 연말정산을 해 보니 결정세액이 500만원이 나와서 50만원을 추가로 내게 됐다면, 다음 해에 ‘원천징수비율을 120%로 조정 신청’을 해서 450만 원보다 20%가 더 많은 540만원이 원천징수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 결정세액 500만원보다 초과 징수한 40만원을 환급받게 된다. 추가납부 대신에 환급을 받으니 기분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환급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내가 내야 할 세금총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 일종의 조삼모사일 뿐이다.
해마다 추가납부 세액이 많이 발생한다면 미리 원천징수를 많이 하도록 해서 추가납부 세액의 규모를 줄이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말정산 후 한 번에 많이 내려면 부담스러우니 이것을 1년 동안 매월 나누어 내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미리 선납하더라도 할인의 혜택은 없다.
중요한 것은 ‘결정세액’을 줄이는 것
본인이 실제 내야 하는 세금인 결정세액이 얼마인지를 확인했다면 ‘내가 세금을 이렇게 많이 내는가’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내 기억 속의 월급은 다달이 내 통장에 찍혔던 실수령액이며, 많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그에 비해 세금은 너무 많아 보인다.
연말정산을 해서 환급이라도 받으면 조금 위안이 되겠지만, 반대로 더 내야 한다면 내가 내는 세금은 더 많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많이 내게 됐다 하더라도 다음부터는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자. 공제를 늘려 결정세액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할 만큼 해서 더 이상 공제받을 게 없다’라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말고, 잘 찾아보면 그동안 몰랐던 길이 있을 수 있다. 연말에 가서 보자고 미룰 것이 아니라,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보고 절실함이 느껴지는 2월부터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공제 더 늘릴 방법은 없을까.
소득공제, 세액공제신청을 하면서 착각하기 쉬운 것과 놓치기 쉬운 것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첫째, 인적공제 대상 부양가족의 범위를 다시 보자.
많은 사람이 범하고 있는 오류 중 하나가 인적공제 대상 직계존속으로 본인의 부모와 조부모만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쪽 존속만이 아니라 어머니 쪽의 존속인 외조부모도 나의 직계존속에 속한다.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마찬가지다. 배우자의 조부모뿐만 아니라 외조부모도 나의 공제대상 직계존속의 범위에 들어간다. 이렇게 보면 공제대상 직계존속의 범위는 매우 넓어진다.
부양의 의미를 너무 좁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내 건강보험증에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어야 한다거나,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를 중심으로 가계도를 그려보고 공제대상 가족의 범위와 가능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보자. 다만 이때 주의할 것은 외조부모의 다른 자녀나 손자녀들이 인적공제를 이미 받고 있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복해서 공제받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인적공제 대상자의 소득요건을 다시 살펴보자.
인적공제 대상 부양가족의 요건으로 연간 소득금액 100만원 이하라는 조건이 있다. 그런데 이 소득의 범위에 비과세나 분리과세 소득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두자.
부모님이 주택임대사업자이면서 임대소득이 있다면 당연히 공제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부부가 기준시가가 9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1주택을 소유하고 주택임대사업을 할 경우의 임대소득은 비과세이며, 2주택이더라도 전세만 놓고 있으면 역시 비과세다.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임대수입은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비과세, 분리과세 대상 소득이 아니더라도 필요경비공제와 기본공제 후 남는 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라면 공제대상이 된다. 소득이 아니라 ‘소득금액’이 100만원이기 때문이다. 세법상 소득과 소득금액은 엄연히 다르다. 소득금액은 총수입(소득)에서 근로소득공제나 필요경비공제 등을 한 후의 금액을 말한다.
셋째, 장애인 공제대상은 생각보다 범위가 넓다.
오래전 모 교도소에 강의하러 다닌 적이 있다. 연초에 강의하러 갔을 때 교도관 한 분이 ’어머님이 요양원에 입원해계시는데 장애인 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해왔다.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도 안내해드렸다. 그런데 다음 해 연초에 갔을 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지난해에 알려드렸지만, 게으름 탓인지 확신 부족 때문인지 그때까지도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
세법상의 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이나 보훈 관련 법령에 정의되어 있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도 장애인의 범위에 들어간다. 여기서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란 지병에 의해 평상시 치료를 요하고, 취학·취업이 곤란한 상태에 있는 자로 해당 여부는 최종적으로 의사가 판단하게 되어 있다.
이때 필요한 장애인증명서도 세법상의 서식으로 국세청 홈페이지-세무서식에 가면 찾을 수 있다. 지병으로 진료받고 있는 단골 병?의원에 서식을 가져다주고 담당 의사에게 부탁해보자. 나이 드신 부모님이 지병이 있어서 항시 치료 중이라면 장애인 공제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은퇴 후 각종 연금을 받고 있는 부모님은 공제대상이 될 수 있나.
60세가 넘은 부모님이 매년 수백만 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면 인적공제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이 경우에는 연금의 종류와 금액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부모님이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급자라면 연간 ‘과세대상 연금액’이 연간 516만원 이하일 경우 공제대상이 된다. 여기서 과세대상 연금액이란 수령하고 있는 공적연금의 가입(재직)기간 중 2002년 이후의 기간에서 발생한 연금을 말한다. 관할 연금공단 콜센터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공무원연금을 월 170만원씩 받는데 이 연금이 유족연금이라면 공제대상이다. 공적연금에서 받는 유족연금과 장애(장해)연금은 비과세 소득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월 80만원씩 연간 960만원을 받고 있다면 어떨까. 연간 100만원이 넘는다고 공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정도의 연금액이라면 과세대상 연금액이 516만원을 넘지 않으니 공제대상이다.
사적연금을 받고 있다면 어떨까. 사적연금 중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서 받는 ‘연금소득세 과세대상 연금액’이 연간 1,2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연금소득세 과세대상 연금액이란 이들 계좌에 개인이 불입하고 세액공제를 받았던 금원으로부터 나오는 연금을 말한다. 연금소득세 환급을 받기 위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공제대상이 된다. 이때에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서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과 인적공제로 절세 가능한 금액을 비교해서 많은 쪽을 선택하면 된다.
퇴직연금을 받고 있다면 어떨까.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모두 연금으로만 받고 있다면 그 금액에 상관없이 공제대상이 된다.
연금계좌 이외에 연금보험상품 등에서 받는 연금이 비과세 조건을 갖추었다면 역시 공제대상이 된다. 자녀들은 부모의 연금수령 내역을 잘 모르기 때문에 부모들이 잘 판단해서 자녀들에게 공제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게 좋다.
다섯째, 늦었더라도 연금계좌를 활용해보자.
연금계좌란 연금저축과 개인형 IRP 계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만 50세 이상이라면 이 두 계좌를 합해 9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원래 700원까지였으나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9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말로 끝날 예정이나 다시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900만원을 불입하면 13.2%인 118만8,000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은퇴예정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 보면 연금계좌에 저축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음을 알게 된다. 연봉이 많아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어 내야 할 세금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부족과 절세 의지가 약한 탓이다.
강사가 이제라도 가입할 것을 권유해도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뭐하러 가입하냐. 가입하면 최소 5년 이상 유지했다가 연금으로 받아야 한다는데 은퇴는 5년도 안 남았다’라는 생각 때문에 가입을 꺼린다.
2~30년을 기다려야 연금을 받게 되는 젊은이들도 가입하고 있는데 겨우 5년도 못 기다릴까. 가입하고 5년이 되기 전에 은퇴하게 된다면 이후에는 불입하지 않고 기간만 채우면 된다. 만약 5년을 채우지 않고 은퇴 후 바로 연금을 받고 싶다면, 900만 원 전액을 IRP에 불입할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은퇴 후 받는 퇴직급여를 이 IRP 계좌에 입금하면 입금 즉시 연금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역시 연말정산은 하게 될 것이다. 올해에는 공제를 많이 받지 못했다면 미리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서 내년 연말정산에서는 웃을 수 있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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