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소우주라 불릴 정도로 구조와 기능이 복잡하다. 현재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구성해 만든 ‘뇌 오가노이드(인공 뇌)’가 배양 시스템의 한계로 대부분 태아 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장과 무릎 연골을 비롯해 일부 장기 이식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뇌는 인공 장기 분야에서 여전히 난공불락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줄기세포와 조직공학 중개 연구로 인간 혈뇌장벽 칩 개발과 신생아 뇌 수준의 인공 뇌 개발을 이룬 국내 연구팀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은 조승우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조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뇌 조직의 미세 환경과 유사한 3차원 배양 매트릭스와 뇌 오가노이드 중심부까지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미세 유체 칩을 개발해 관심을 끌었다. 기존 방식보다 크고, 구조적으로 성숙하며, 신경 기능이 증진된 신생아 뇌 수준의 실험용 인공 뇌 제작에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외부 물질과 병원균을 선택적으로 투과시켜 뇌를 보호하는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모사한 장기 칩 제작에도 성공했다. 미세 유체 칩에 장기의 미세 환경을 모사한 장기 칩은 실제와 유사한 생체 반응을 유도할 수 있어 신약 개발에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혈뇌장벽은 구조와 세포 성분이 복잡하고 투과막의 기능 구현이 어려워 많은 연구자가 혈뇌장벽 칩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조 교수팀은 미세 유체 칩에 뇌혈관세포와 신경줄기세포를 배양하고, 그 사이에 혈뇌장벽을 구현하고, 뇌 염증을 유발하는 병원성 곰팡이균의 감염 실험을 진행해 균의 뇌 침투 기전과 관련 유전자 구명에 성공했다. 조 교수는 “줄기세포와 조직공학 기술을 융합해 기존 방식으로 구현이 어려웠던 고도화된 인간의 인공 뇌를 제작했다”며 “앞으로 치매·파킨슨병 등 난치성 뇌신경질환 기전을 구명하고 치료제를 발굴하는 체외 모델로서 널리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세라트젠을 창업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아 대학 연구실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첨단 재생 치료 기술의 실용화와 상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의 연구팀이 개발한 기능성 생체 소재는 줄기세포 배양·이식용 소재, 약물 전달체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지혈제, 조직 접착제, 창상 피복제 등의 소재로 적용 가능하다.
조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줄기세포 융·복합 제재와 함께 오가노이드 기반 난치성 질환 치료제와 환자 맞춤형 질환 모델을 개발하고 싶다”고 포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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