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금융·수출 제재로 공급망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러시아 의존도가 20%를 넘는 수입 품목이 118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와 금속류가 대부분인데 이 중 러시아산 수입 비중이 50% 이상인 품목도 62개였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일 통관 코드(HS10) 단위 기준으로 지난해 러시아에서 수입한 품목 2075개(173억 5000만 달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118개 품목 중 수입액이 가장 많은 품목은 나프타(43억 8000만 달러)였다. 러시아산 나프타는 해당 품목 전체 수입액(187억 달러)의 23.4%를 차지했다. 나프타는 석유류의 일종으로 휘발유나 석유화학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석유와 역청유 중 섭씨 15도에서 비중이 0.847 초과 0.855 이하인 것(28억 8000만 달러)은 러시아산 비중이 92.6%,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팔라듐(가공하지 않았거나 가루 모양인 것·5억 달러)은 러시아산 비중이 33.2%였다.
원자력발전에 쓰이는 우라늄235를 농축한 우라늄(2억 5000만 달러)도 전체 수입액 중 33.8%가 러시아산으로 나타났다. 명태(96.1%)·대게(100%)·대구(93.6%)·명란(89.2%)·북어(92.7%) 등 수산물도 의존도가 높았다.
우크라이나산 수입 의존도가 20% 이상인 품목도 16개로 집계됐다. 반도체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크립톤은 지난해 전체 수입 물량의 30.71%가 우크라이나산이었다. 노광 공정에 쓰이는 네온도 23%가 우크라이나에서 들어왔다.
우리나라 수입 전체로 보면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8% 수준이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전체 수입액으로 보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의존도가 높은 품목도 적지 않아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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