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3분의 2가량이 ‘나 홀로 상장 코인’으로 드러났다. 나 홀로 상장 코인은 특정 거래소에서만 거래가 지원되는 단독 상장된 코인을 뜻한다. 가격 변동성이 심해 이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 같은 내용의 암호화폐 사업자 실태 조사 결과를 1일 공개했다. 이번 실태 조사는 지난해 하반기 총 29개 암호화폐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원화 마켓 사업자와 코인 마켓 사업자 20곳, 지갑 보관 등 기타업자 5곳으로 기타업자는 영업 초기라 실태 조사 결과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거래 암호화폐는 총 623종 1257개였다. 이 중 특정 거래소에서만 거래가 지원되는 단독 상장된 암호화폐는 403종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암호화폐의 3분의 2가 단독 상장된 코인인 셈이다. 나 홀로 상장 코인은 원화 마켓 시가총액에서는 12% 정도에 불과하지만 코인 마켓에서는 75%를 차지했다. 7개 거래소에서 나 홀로 상장 코인의 비중이 90%를 넘었다. 국내 유통 전체 암호화폐의 평균 최고점 대비 가격 하락률은 65%로 유가증권시장의 4.4배 수준에 달했다. 특히 단독 상장된 코인의 절반(219종)은 최고점 대비 가격 하락률이 70%를 넘을 정도로 가격 변동성이 컸다. 단독 상장 코인 비중이 높다 보니 시가총액 대비 비트코인·이더리움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글로벌은 59%인 반면 국내 원화 마켓은 27%, 코인 마켓은 9%에 그쳤다.
국내 원화 마켓의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55조 2000억 원으로 하루 평균 11조 3000억 원이 거래됐다. 거래의 95%가 원화 마켓 사업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국내 암호화폐 사업자 이용자 수는 총 1525만 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고객 확인 의무를 완료해 실제 코인 거래에 참여하는 실명 이용자는 558만 명이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31%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 27%, 20대 23% 순이었다. 개인 이용자의 절반가량이 100만 원 이하의 암호화폐를 보유했다. 이용자는 하루 평균 4회 매도·매수에 참여했고 한 번 거래할 때마다 약 75만 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암호화폐의 상장과 상장폐지도 빈번했다. 지난해 하반기 신규로 거래 지원(상장)된 코인은 153건이었고 거래 중단(상장폐지)된 코인은 329건에 달했다.
암호화폐 보유에도 양극화가 뚜렷했다. 거래 가능 이용자의 56%(313만 명)는 거래소 계좌에 100만 원 이하(암호화폐 보유액+원화예치금)만 보유하고 있었다. 계좌에 암호화폐와 현금이 모두 없는 ‘깡통 계좌’ 보유자 37만 명(7%)을 포함한 수치다. 반면 1000만 원 이상의 코인을 보유한 이용자도 82만 명(15%)이었다. 암호화폐를 10억 원어치 이상 보유한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0.1% 수준인 4000명으로 집계됐다.
시장 확대에 암호화폐 사업자들이 거둬들이는 이익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암호화폐 매수·매도 시 평균 수수료율은 0.17%로 한국거래소의 주식 매매 수수료율인 0.0027%의 62배다. 사업자별로 최소 0.05%~최대 0.30%의 수수료율을 내세웠다. 지난해 전체 거래업자의 영업이익은 3조 370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99%는 원화 마켓에서 비롯됐다.
FIU는 이번 실태 조사를 시작으로 반기별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추세를 분석하겠다는 방침이다. FIU 측은 “일부 사업자는 가격 변동성이 큰 단독 상장 암호화폐에 대한 높은 취급률을 보여 이용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암호화폐는 자금 세탁 위험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나 자금 세탁 방지 인력 비중이 낮아 추가 전담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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