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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등에 업은 인텔의 진격…車시장 이어 ARM 인수도 눈독

[인텔, 車반도체 파운드리 진출]

세계 각지 팹 활용해 美·유럽 공략

전담 조직 신설…"반도체 1위 탈환"

개발 어려워 실제 성과 수년 걸릴듯

美 중심 공급망 재편에 편승 시각도

파운드리 외연확장 M&A '고삐' 전망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 시간) 열린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에서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텔의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 결정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포진한 미국과 유럽 자동차 시장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인텔이 강점을 지닌 PC·서버용 반도체 외 차량용 반도체 시장까지 노크하면서 미래 파운드리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 모빌아이 기술은 물론 최근 인수합병(M&A)을 진행한 타워 세미컨덕터 기술까지 활용 가능한 모든 기술을 동원해 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갈 가능성이 크다. 그간의 사례를 미뤄봤을 때 추가 기술 투자와 M&A도 예상된다.

◇전례 없는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인텔 ‘구원투수’ 자처=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극심한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차량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차량용 칩 필수 항목인 ‘안정성’을 고려해 주로 레거시(구형) 공정에서 칩을 생산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물류 마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엮이면서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손톱 크기만 한 반도체를 제때 구하지 못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게다가 자율주행·전기차 기술 발전으로 자동차 안에도 복잡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고도화된 칩이 필요해지면서 테슬라 등 자동차 업체들도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드는 추세다. 이들은 칩 미세화를 구현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공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세계 각지의 신규 팹을 활용해 세계 유력 자동차 회사들을 전면 지원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텔은 이번 ‘인베스터 데이 2022’ 행사에서 발표한 내용에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공정에 도입할 예정인 첨단 3㎚(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인텔 3공정’을 도입한다고 명시했다. 인텔의 장기인 패키징 기술도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M&A를 진행했던 이스라엘 파운드리 기업 타워 세미컨덕터의 기술도 적극 활용한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 책임자 랜디르 타쿠르 수석 부사장은 차량용 파운드리 진출을 설명하면서 타워 세미컨덕터의 전기차 전력 관리 칩 제조 기술이 차량용 파운드리 사업에 녹아들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인텔 차량용 반도체 제조 설비투자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9월 아일랜드 팹 생산 규모 확대와 함께 향후 10년간 110조 원을 들여 유럽 반도체 공장 2기를 신설하기로 한 인텔은 향후 유럽 지역 자동차 회사들이 만족할 만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 라인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등에 업고 공격 투자=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인텔의 차량용 반도체 진출 배경으로 꼽힌다. 기존 사업 영역과 다른 차량용 파운드리 진출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간 인텔이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생산해왔던 제품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네트워크 칩셋 등으로 주요 고객사는 PC나 노트북 제조사, 데이터 서버 회사다. 가정이나 사무실 등이 주된 사용 환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는 다르다. 혹한이나 폭염 속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보장해야 하며 탑승자의 생명이 걸린 중요 부품인 만큼 고객사 납품을 위한 인증 기준도 훨씬 까다롭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의 차이를 숙지하고 있는 인텔이 재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리가 덜 잡힌 파운드리 사업에서 차량용까지 추가로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부와의 교감 없이는 힘든 일”이라며 “다만 차량용 반도체는 안정성 검증이 까다로워 실제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ARM 인수 언급한 인텔 CEO…대형 투자 이어질까=업계에서는 향후 인텔이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M&A 및 기술 투자에 더욱 고삐를 죌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 ARM 인수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ARM은 반도체 설계를 할 때 ‘뼈대’ 역할을 하는 명령어집합구조(ISA)를 만드는 회사로 최근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인수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인텔은 이미 고유 설계 아키텍처인 X86을 보유하고 있지만 ARM 인수로 파운드리 고객사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최대한 넓히는 전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인텔은 최근 1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 펀드를 조성해 차세대 ISA로 꼽히는 리스크-파이브(RISC-V) 및 새로운 패키징 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역시 파운드리 외연 확장과 큰 연관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외연 확장을 위해 최근 기술 인력 확보에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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