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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연기금, 韓기업 10곳에 '탄소중립' 경영 압박

■ 네덜란드 APG '신속히 탄소 감축' 주주서한 발송

삼성전자·하이닉스·현대제철 등

내달 적극적 주주권 행사 예고

글로벌 기관투자가 개입 본격화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투자를 담당하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이 국내 대표 기업 10곳에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내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넷제로’를 앞세운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APG는 16일 “한국 기업 10곳을 ‘기후포커스그룹’으로 선정했으며 이들에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 배출 감축 전략의 혁신적 실행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연기금이 개별 국가의 특정 기업에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G가 서한을 전한 기업은 삼성전자·현대제철·SK㈜·SK하이닉스·LG화학·LG디스플레이·롯데케미칼·포스코케미칼·LG유플러스·SK텔레콤이다. APG는 서한에서 △현재의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 배출 감축 전략이 전환적 시대 요구에 부합한다고 보는지 △지난 5년간 탄소 배출 감축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판단하는지 △경영진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혁신적인 탄소 배출 감축 선언과 실행 방안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APG는 유럽 최대 연기금인 ABP의 연금자산 850조 원을 운용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분 0.5%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APG는 지난 2020년 한국전력의 석탄발전을 문제 삼으며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박유경 APG 아태지역 총괄이사는 “한국이 전 세계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기후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한국 기업을 첫 주주서한 대상으로 삼았고 향후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확대할 것”이라며 “다른 기관투자가들과도 연계해 ‘쉼 없는 주주 관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APG 등 글로벌 연기금들이 탄소 감축을 명분으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등 강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 관여는 통상 기업의 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하거나 3%룰 등을 활용한 사외이사 선임 요구, 투자 계획에 대한 동의 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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