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요구하는 이른바 ‘주주 행동주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늘어나며 소액 주주들의 권리 보호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는 가운데 주주들의 반란이 힘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3월 주총을 염두에 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부쩍 늘었다. 브이아이피자산운용은 전날 한라홀딩스(060980)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신규 취득했다는 공시를 내며 주주 환원 정책의 개선을 위해 주주 제안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회사 측은 “한라홀딩스는 탄탄한 자회사와 안정적인 자체 사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해 저평가 상태가 지속됐다”며 “향후 수년 내 대규모 자회사 매각 대금이 유입되는 등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이런 기업가치 개선 효과가 주주 환원 및 주주 가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명확한 중기 환원 정책을 수립해 발표해야 한다”고 권했다. 이어 “필요한 경우 관련한 주주 제안 등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통해 투자 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인 9일에는 금호석유(011780)화학 주식 8.53%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자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전 상무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주주 제안서를 발송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제안서에는 올해 3월 말 임기 만료 예정인 사외이사 2명의 후임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안건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SK케미칼(285130)의 주주이자 사모펀드 운용사인 안다자산운용 역시 같은 날 주주 명부 열람 및 등사를 위한 가처분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기하며 3월 주총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무)가 도입된 이래 투자자 권익 보호와 자산 증대를 위해 적극적인 주주 활동에 나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여럿 탄생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이 펀드의 주주 서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들의 활동 역시 주춤해졌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해지고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가파르게 늘면서 주주 권익 보호라는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대기업의 물적 분할 이슈 등으로 주주가치 훼손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주주들이 직접 자신의 권리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모습이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공부하고 투자하는 스마트 개미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일부 대주주만 이익을 보는 지배구조 등에 불만을 품기 시작한 상태”라며 “주주 제안은 주총 6주 전부터 일반 주주가 의안을 제시하는 제도로 3월 주총 시즌이 다가올수록 다양한 주주 제안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