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국내외 뷰티시장 한파에도 불구 17년 연속 성장을 이어갔다. 럭셔리 화장품 인기가 견고한 데다 뷰티·생활용품·음료로 구성된 '삼각 포트폴리오'가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e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화장품 시장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이 8조 9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고 2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 늘어난 1조 2,896억 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은 2005년 이후 17년 연속 성장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측은 "불안정한 사업 환경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코로나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조 231억 원, 영업이익은 2,41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5.9% 감소한 규모다. 당초 증권가 예상 영업이익은 2,600억 가량이었다. 중국의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를 앞두고 보따리상(다이궁)들이 '후'에 대한 과도한 할인율을 요구하면서 마진이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무리한 할인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매출이 다소 감소했다"고 말했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4조 4,4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5% 증가한 8,761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시장 환경에서도 후와 오휘·CNP가 각각 12%, 8%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후는 럭셔리 포지셔닝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천율단', '환유' 등 초고가 라인업을 보강했다.
생활용품 매출은 9.9% 증가한 2조 582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2,089억 원으로 1.7% 늘었다. 탈모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와 2020년 인수한 '피지오겔' 매출이 골고루 성장했다. 음료사업은 코로나19에 따른 배달 수요 증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등 음료 매출은 5.2% 증가한 1조 5,919억 원, 영업이익은 6.2% 늘어난 2,047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 내 화장품 사업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국내 면세점과 화장품 제조사들의 마진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화장품 해외 매출의 50% 이상은 중국에서 발생한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올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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