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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가·꿈 비율(PDR)’은 어디로 갔나

증권부 심우일 기자





지난 2020년 여름 한 펀드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기술주가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끝없는 급등세를 보이던 때였다. “최근 주가순이익비율(PER)로는 주가 설명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가치 평가에 고민이 없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새로운 밸류에이션 기법이 생겼잖아요, 주가·꿈비율(PDR)이라는.”

그때까지만 해도 PDR은 농담이었다. ‘꿈’ 같은 허무맹랑한 개념으로 가치 평가를 논할 정도로 당시의 급등장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PDR은 슬슬 진지한 담론처럼 여겨졌다. 아예 한국투자증권은 PDR을 ‘조작 정의’하며 향후 기업 평가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투는 PDR을 아예 특허청에 상표 출원하기도 했다. PDR은 한낱 농담이 아닌 재무학적 토론의 외피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PDR을 진지하게 논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식시장이 침체 일로인 영향이 크다. 근본적으론 그만큼 허무맹랑한 담론이 유행했다는 방증이다. 한투가 PDR을 활용한 리포트를 공식 발간한 것은 2020년 10월 29일 나온 삼강엠앤티·씨에스윈드 분석 보고서가 마지막이다.

PDR은 지난 2년간 증권가 일각에서 벌어지던 ‘담론 장사’의 편린일지도 모른다. 최근 2년간 몇몇 주식 강세론자·분석가·증권사들은 각종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며 ‘인플루언서’로 거듭났다. 해외에선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대표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같은 생소한 기법으로 테슬라 목표 주가를 3000달러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세론 유행에서 손해를 본 건 결국 인플루언서들을 믿고 주식을 샀던 개미들이다. 아크인베스트 ARKK 펀드의 최근 1년간 손실률은 51.33%에 달한다.

지속 가능한 담론이라면 오히려 자신에게 취약한 조건에서 설명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PDR은 약세장 속에서 오히려 자취를 감췄다. 남은 것은 PDR과 그 이데올로그들에게 잡아먹힌 투자자들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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