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특수강 제조업체인 세아베스틸(001430)이 특수강 관련 사업 부문 물적 분할을 발표하면서 증권 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사업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비판과 자회사들의 수평적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은 이날 3.68% 오른 1만 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장중 1억 원, 2억 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세아베스틸지주(존속법인)와 특수강 사업회사인 세아베스틸(신설법인)로 물적 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한 뒤 주가가 14% 가까이 급락한 데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등 논란이 커지고 있는 물적 분할 이슈가 주가에 미칠 영향을 두고 증권사 간 온도차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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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그룹이 최근 물적 분할 논란을 고려해 주력 자회사의 추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부 국내 기업들이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추진함에 따라 존속법인 주주들의 핵심 사업에 대한 가치 희석 효과를 경험했던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다”며 “회사가 제시한 지주사 체제 전환의 목적이 기업가치 제고 관점에서도 크게 구체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세아베스틸에 대한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삼성증권은 기존 2만 8,000원이었던 목표 주가를 2만 3,000원으로 낮췄고 하나금융투자도 기존 3만 6,000원에서 3만 1,000원으로 내렸다.
반면 분할 이후 세아창원특수강을 포함한 자회사들의 가치가 부각되는 만큼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세아베스틸(신설법인)과 함께 세아창원특수강·세아항공방산소재 등 세아베스틸지주의 자회사가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모회사 세아베스틸의 성장세 둔화에 가려져 세아창원특수강의 실적이 주목받지 못했다”며 “분할 이후 세아창원특수강 등 자회사에 대한 가치평가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물적 분할 이슈보다 세아베스틸의 실적 둔화가 주가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의 지난해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394억 원, 영업이익률은 4.6%로 시장 추정치를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 전방산업인 자동차 생산이 부진했고, 지속되는 물류난과 아시아 철강 가격 약세로 수출도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 특수강 판매량이 분기 대비 17% 감소했고 고정비 영향이 큰 사업 구조상 감익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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