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 형지가 해외 진출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한다. 국내 패션 가두점 산업이 하향세를 걷고 있는 만큼 핵심 계열사인 형지I&C와 까스텔바작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송도 신사옥에 계열사를 모으고 전력을 집중한다. 특히 최병오 회장의 두 자녀가 해외 사업을 이끌고 있는 만큼 2세 경영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형지I&C와 까스텔바작 등 패션그룹형지 계열사들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인천 송도에 위치한 신사옥 '글로벌패션복합센터'에 입주할 예정이다. 대지면적 1만2,501㎡(약 3,782평), 총 3개동 규모의 송도 신사옥은 최 회장이 준공부터 약 8년간 공을 들인 곳이다. 최 회장은 신사옥을 해외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형지엘리트만 입주해있는 상태다.
토종 패션기업 형지는 2000년대 '올리비아하슬러'와 '샤트렌', '크로커다일레이디' 등으로 30~50대 중년 여성을 공략해 1조 원의 종합 패션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해외패션 수입이 늘어나고,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공세가 시작되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여성복 중심의 패션그룹형지 매출은 2011년 4,126억 원에서 2020년 3,052억 원으로 26% 감소했다. 종합 유통기업을 꿈꾸며 2013년 문을 열었던 아트몰링 장안점도 누적된 적자로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해외 진출 선봉장으로는 형지I&C가 나섰다. 형지I&C는 최 회장의 장녀인 최혜원 대표가 2016년부터 이끌고 있는 계열사다. 셔츠 브랜드 '예작'과 여성복 '캐리스노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형지I&C 역시 중저가 패션 불경기를 피하지 못하고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34% 가량 감소한 671억 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5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1~3분기 누적 적자는 3억 원까지 줄었다.
지난해에는 일본에 이어 미국 아마존에 예작을 입점시키며 해외 진출 발판을 다졌다. 이에 최 대표는 올해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대표는 패션그룹형지 지분 7.32%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는 본의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와 예작의 미국 판매 확대를 통해 20%의 매출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골프웨어 까스텔바작은 장남 최준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형지가 2016년 인수한 프랑스 브랜드 까스텔바작은 국내 골프인구 증가에도 불구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8년 923억 원이던 연 매출은 2020년 673억 원으로 27% 감소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57억 원) 79% 줄었다.
현재 까스텔바작은 매장 수를 160여 개에서 140여 개로 줄이는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까스텔바작 미국법인을 설립하는 등 북미 골프웨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준호 대표는 "국내 골프웨어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통해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형지는 까스텔바작의 글로벌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다. 최준호 대표는 올해부터 형지엘리트 사장도 겸직한다. 형지엘리트는 2016년 중국에 진출했다. 상해엘리트는 중국 내 프리미엄 교복 수요에 힘입어 진출 4년 만인 2020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형지그룹이 지난해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해놓은 상황"이라며 "국내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송도 신사옥 입주를 시작으로 해외 사업을 위한 계열사 시너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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