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경제활동의 원칙과 기준을 담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결국 원자력발전이 제외됐다. 당장 내년 초 택소노미의 원조 격인 유럽연합(EU)의 ‘EU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만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해외 원전 수주 사업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는 30일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등 6대 환경 목표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기준으로 특정 산업의 친환경 여부를 판별하는 일종의 지침서다. ‘녹색 부문’과 ‘전환 부문’으로 구분돼 있으며 총 69개의 세부 경제활동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공개한 K택소노미에서 원전은 제외됐다. 환경부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신규 원전 증설이 없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원전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택소노미에서 원전이 빠지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체코·폴란드 등 해외 원전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K택소노미를 오는 2023년부터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160조 원 규모의 국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시장에서 원전 수출을 포함한 원전 산업은 배제되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자금 조달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EU 집행위원회는 22일로 예정됐던 EU택소노미 발표를 내년 1월로 미뤘다. 프랑스와 체코·폴란드 등이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이 화석연료보다 적은 만큼 친환경 에너지 지위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 발표할 EU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U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면 우리와 체코·폴란드 원전 수주를 놓고 경쟁 중인 프랑스는 자금 조달에서 한층 유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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