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표준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개시된 가운데 상당수 표준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40% 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올해 단독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은 4.36%지만 내년 공시가격은 10.56% 상승하고 보유세는 40% 이상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유세 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서울시 용산구 남영동 A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은 올해 10억 6,700만 원에서 내년 12억 2,500만 원으로 14.81% 올랐다. 반면 보유세는 같은 기간 238만 원에서 349만 원으로 47%(111만 원) 급등했다. A주택 소유자가 1주택자임을 전제로 했을 때다. 강남구 삼성동의 B표준주택은 공시가가 내년 19억 4,000만 원으로 13.25% 올랐는데 보유세는 올해 881만 원에서 내년 1,254만 원으로 42.3%(373만 원) 증가한다.
보유세가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종합부동산세 때문이다. 삼성동 B표준주택의 경우 종부세가 올해 266만 원에서 내년 506만 원으로 90.3%(240만 원) 늘면서 보유세 증가분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한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같더라도 재산세 특례가 적용되는 구간(9억 원 이하)을 벗어날 때보다 종부세 부과 구간(11억 원)에 진입할 때가 보유세 증가 비율이 더 크다.
마포구 노고산동의 한 주택은 공시가격이 올해 8억 8,800만 원에서 내년 10억 1,100만 원으로 13.85%올랐다. 재산세 특례 구간을 벗어났지만 내년에도 공시가 11억 원를 넘지 않아 종부세는 납부하지 않는다. 이 집의 보유세는 올해 198만 원에서 내년 245만 원으로 23.9% 늘어난다. 반면 한남동의 한 주택은 공시가가 올해 10억 8,800만 원에서 내년 12억 3,500만 원으로 상승률은 비슷한 수준(13.51%)이지만 보유세는 같은 기간 146만 원에서 270만 원으로 85.7%나 늘게 된다. 종부세 대상 여부에 따라 보유세 증가율이 23.9%냐, 85.7%냐로 갈린 셈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는 원인은 3중에 걸친 종부세 증액 구조다. 재산세나 종부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구한 뒤 여기에 세율을 곱해 산정한다. 공시가격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세율 중 하나라도 커지면 보유세가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이 가운데 공시가격이 시세 이상 오르도록 설계했다. 현실화율은 고가주택은 오는 2027년, 9억 원 미만 주택은 2035년까지 매년 높아지도록 했다.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도 2019년 85%에서 내년 100%까지 순차적으로 늘렸다. 세율 역시 지난해 올렸다.
여기에다 종부세의 경우 ‘상한 비율’을 재산세와는 다르게 적용해 보유세 중에서도 더욱 가파르게 오르도록 했다. 현재 재산세 상한 비율은 130%로 지난해 재산세가 1만 원이었다면 올해는 1만 3,000원을 넘지 못한다. 반면 종부세는 지난해 재산세와 종부세액을 합쳐 150%의 상한을 두기 때문에 종부세만 비교하면 2~3배 이상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재산세 1만 원, 종부세 5,000원을 냈다면 올해 종부세는 7,500원(5,000원의 150%)이 아니라 2만 2,500원(1만 5,000원의 15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지난해 실제 납부 금액의 130%를 적용하는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의 상한선은 지난해 상한 적용 전 계산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시세가 4% 올라도 세금은 40%로 늘어나는 것은 이 같은 보유세 산정 기준 때문이다. 이 구조를 적용하면 시세 상승률이 0%이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라도 보유세는 늘어난다. 올해 공시가 10억 6,700만 원으로 238만 원의 재산세를 낸 남영동 A표준주택을 시뮬레이션 해보면 시세 상승이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현실화율에 맞춰 공시가격은 내년 11억 3,400만 원으로 오르고 보유세 부담도 302만 원으로 늘어난다. 시세 변동이 없더라도 보유세는 27.3% 증가하는 것이 현재 국내의 보유세 산정 구조다.
정부와 여당도 보유세 부담이 급등하자 내년 3월을 목표로 내년 1주택자의 보유세 경감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칙적 방법으로 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이더라도 현행 구조가 유지되는 한 눈덩이 세금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보유세는 양도세와 달리 미실현 자산에 부과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일시적인 완화 방안을 찾기보다 부동산 세금의 종류를 포함해 근본적인 구조 개선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