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로 커진 은행권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이 코로나19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은행에 보증서를 내준 공공기관의 리스크 관리에 경고등이 켜지는 등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서다. 이에 금융 당국은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업황, 매출 규모 등을 분석한 맞춤형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보유한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299조 4,159억 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말 300조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올 들어 25조 4,006억 원 늘었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239조 4,193억 원) 대비 59조 9,966억 원이나 불었다. 이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면서 빚에 기대 근근이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예정대로 내년 3월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그간 쌓인 악성 부채가 한번에 터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2022년 금융위원회 예산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소상공인 위탁 보증의 운용 배수가 지난해 8.8배에서 올해 말 46.1배, 내년 말 281.5배로 치솟는 것으로 추정됐다. 운용 배수는 보증 잔액을 기본 재산으로 나눈 값이다. 보증 기관은 통상 10배를 적정 배율로 간주한다.
신보는 코로나19발 비상 조처 종료에 따른 부실 예상 금액을 2,201억 원, 부실률 상승 폭을 0.4%포인트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준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등 경제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부실률 상승의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 위탁 보증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위해 현장 조사를 미실시하는 등 심사 기준을 완화함에 따라 일반 보증 대비 부실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면서 “적정 수준에서 위험량을 관리하는 등 급격한 부실 증가를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이런 실정을 모르지 않는다. 금융위는 이날 세부 내용을 공개한 2022년도 업무 보고에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종료 시 충분한 거치·상환 기간을 부여하고 컨설팅 등 연착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회복 속도가 느린 소상공인 등에 대해서는 상환 여력 범위 내에서 재기를 돕겠다면서 폐업 후 재창업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년 3월 4차 만기 연장 등의 가능성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여러 금융 완화 조치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지속하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왔다”면서도 “자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질서 있는 정상화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연장 여부를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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