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에서 삼성증권으로 옮긴 지 6개월 만에 삼성전자로 적을 바꾼 임병일 부사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임 부사장의 합류로 한동안 뜸했던 삼성전자의 M&A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인사에서 임병일 삼성증권 전무를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발령했다. 삼성은 이번 인사부터 전무 직급을 없애고 부사장으로 통합했다. 임 부사장은 지난 6월 삼성증권으로 이직한 후 기업금융1본부장을 맡아 기업공개(IPO) 등 IB 사업을 맡아왔다. 신원정 삼성증권 부사장에 이어 IB 사업 실무를 총괄하면서 자리를 잡는 와중에 삼성전자로 이동한 셈이다.
임 부사장은 리먼브러더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거쳐 UBS증권 서울 지점을 이끌면서 주로 해외 M&A와 투자를 자문했다. 구글의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잡코리아의 어피너티 매각, 스타일 난다의 로레알 매각, KCC-원익-LSJ펀드의 미국 모멘티브 인수 등에 관여했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취약점을 공격하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에 대응하는 자문 활동도 벌여왔다.
CS에서는 서울지점 공동대표로서 농협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패키지 인수, KDB산업은행의 대우증권 매각, SK네트웍스의 동양매직 인수 등을 도왔다.
임 부사장은 삼성전자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에서 안중현 부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M&A를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안 부사장은 2017년 미국 전장 업체 하만(9조 7,000억 원) 인수를 담당했으나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불법 합병 의혹 재판을 받으면서 빅딜은 중단됐다. 삼성전자 실무진은 미국 엔비디아 인수 검토 보고서를 올리기도 했지만 최종 승인은 하지 않았고 이후 엔비디아 가치는 10배 이상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투자와 사업 전략 기능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며 “그동안 연구개발(R&D)과 생산 시설 확충에 투자했다면 앞으로는 M&A에도 속도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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