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음주운전 처벌 사실을 군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더라도 적용 조항이 적합하지 않다면 징계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육군 상사 A씨가 1군단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1군단장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 포병부대 소속이던 A상사(당시 중사)는 2015년 3월 음주운전죄로 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통상 해당 사건은 군사경찰에 이첩돼야 하지만 그는 판결 선고가 나올 때까지 자신이 군인 신분임을 밝히지 않았다.
군 당국은 A상사의 음주운전 처벌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확정 판결 4년여 뒤인 2019년 말, 감사원이 A상사의 범죄 경력을 국방부에 통보하면서야 인지하게 됐다. 이를 함구한 A상사의 행위는 육군규정의 보고 의무를 위반한 것이었다. 또 부사관 진급 여부 결정을 위해 민간 검찰과 법원의 처벌 내용을 보고하게 한 육군지시도 어긴 셈이었다.
1군단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직 1개월 결정을 하자 A상사는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군인사법상 징계 사유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는 점과 민간법원에서 나온 판결을 군에 보고하는 것은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셈이니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폈으나 1심과 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고 A상사의 처분 취소 청구에 일리가 있다고 봤다. A상사가 위반한 육군 지시를 보면 신고 의무가 있는 원사 진급 심사 대상자는 ‘2013년 12월 31일 이전에 상사로 진급한 자’로 규정돼있었다. 그런데 A상사는 2016년 중사에서 상사로 진급했기 때문에 애초에 육군 지시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상사는 해당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원심은 A상사의 주장을 누락하고 심리를 미진하게 해 판결 결과에 잘못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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