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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연기·희망고문에 지친 스크린·무대

◆2021 문화계 결산 <4>영화·공연

모가디슈·인질 등 흥행 부진 속

개봉대기작 줄줄이 '내년 이후'로

공연계도 11월만 반짝…일정 스톱

방역수칙 바뀔 때마다 희비 갈려

오스카의 윤여정·K클래식 활약…

국민들에 위안의 시간 선사하기도





영화계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 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제공=상영관협회


2021년은 영화·공연계에 ‘희망 고문’의 연속이었다. 정부 방역 수칙이 바뀔 때마다 공연 및 개봉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했다. 무대와 스크린에 제때 빛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힘 없는 종사자들의 생계는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영화계 인사들은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며 붉은 띠를 이마에 두르고 정부에 읍소했다. 그나마 올 한 해 웃을 일은 노장 배우 윤여정과 신예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이룬 해외 수상 성과였다.

2021년 한국 영화 최대 흥행작 ‘모가디슈’. 지난 7월 개봉한 후 360만 관객을 모았다.


22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해 개봉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은 ‘모가디슈’다. 하지만 누적 관객 수는 361만 명에 그쳤다. ‘천만 감독’ 류승완이 아프리카 올 로케이션 촬영한 대작인 데다 한국 영화 살리기에 뜻을 모은 극장가의 전폭적 지원도 있었지만, 팬데믹의 벽은 넘지 못했다. 지난 해 팬데믹 이후 개봉했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 명)’, ‘반도(381만 명)’의 흥행에 못 미쳤다. 다른 한국 영화의 실적은 더 참담하다. 모가디슈 외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긴 작품은 ‘싱크홀(219만 명)’, ‘인질(163만 명)’, ‘보이스(142만 명)’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부 방역 지침도 수시로 바뀌자 겁먹은 제작·배급사들은 결국 올해 개봉하려 했던 작품을 ‘내년 이후’로 넘겼다.

팬데믹 이후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개봉 일주일 만에 300만 관객을 기록한 외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한국 영화들이 뒷걸음질 치는 사이 빈 자리를 메운 건 블록버스터 외화였다. 자본력을 앞세운 이들은 올해 박스오피스 10위 내에 8개 작품을 올렸다. 이중 지난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연내 모가디슈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것으로 확실시 된다.

영화 관객 급감은 극장 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생태계를 떠받치는 자본의 순환이 기본적으로 극장을 시작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영화인 결의대회에도 상영관 관계자 뿐 아니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수입배급사협회, 극장 상권 소상공인들까지 참석했다.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영화시장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극장이 무너지면 영화업계 전체가 무너진다는 심정으로 꾸준히 작품을 극장에 배급하고 있다”며 “일개 개인 제작자까지 영화업계의 생존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나서고 있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말했다.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재홍(왼쪽부터)과 아니마토 콩쿠르 우승자 이혁,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자 한재민/사진=금호문화재단, 에투알클래식, 파이플랜즈


코로나에 불확실성을 오간 것은 공연계도 마찬가지다. 팬데믹 여파로 올 1월 37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던 공연 월 매출은 ‘관객 간 띄어 앉기’가 ‘일행 간 띄어 앉기’로 완화되며 200억 원 대로 뛰었고, 지난 10월(304억 원)과 11월(344억 원)에는 300억 원 대를 회복했다. 연말 특수를 겨냥한 뮤지컬 대작이 잇따라 등판하고 한동안 주춤했던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이 11월 집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 면제로 11월엔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스트라디바리우스 앙상블, 올해 쇼팽 콩쿠르 우승자 브루스 리우 등이 내한해 한국 관객을 만났다. 훈풍은 그러나 오래 불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방역이 한층 강화됐고, 해외 아티스트에 대한 자가 격리 면제도 정지됐다. 이로 인해 독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의 내한 리사이틀과 유키 구라모토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취소됐으며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은 연말 공연 지휘자가 해외에 체류 중인 관계로 다른 인물을 포디움에 세우기로 했다. 국립발레단은 내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일부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아픈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장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은 영화계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즐거운 순간이 됐다.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선 1위(박재홍)와 2위(김도현)를 한국인이 휩쓸었고, 이혁은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중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한 데 이어 아니마토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6세 첼리스트 한재민은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악기(부문)를 불문하고 콩쿠르 사상 최연소 1위에 올랐다. 올해 국제 무대 데뷔 35주년을 맞은 성악가 조수미는 한국인으로는 처음 ‘아시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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