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주인에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정부의 아파트 규제가 강화되면서 ‘빌라라도 사자’는 수요가 늘었고 이 가운데 전세금을 끼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 빌라를 매수하는 ‘영끌 갭 투자’도 함께 증가한 데 따른 부작용이다.
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보험(전세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5,0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12월 치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기존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4,682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전세보증보험은 계약 만료 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HUG가 가입자인 세입자에게 대신 지급하고 추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상품이다.
올해 HUG가 집주인 대신 지급한 전세금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HUG의 대위변제금(가구 수)은 11월 기준으로 4,489억 원(2,230가구)으로 지난해 4,415억 원(2,266가구)보다 74억 원 늘었다. 2017년 34억 원(15가구)과 비교하면 5년 만에 약 132배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빌라 갭 투자가 늘면서 ‘깡통 전세’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깡통 전세는 대출금과 전세금의 합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주택을 의미한다. 해당 주택을 팔더라도 대출금과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올 상반기 서울 신축 빌라의 전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전체 2,752건 중 26.9%인 739건의 전세가율이 90%를 넘었다.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높은 거래도 544건이었다. 빌라는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적어 갭 투자에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값비싼 아파트를 구입할 수 없는 이들이 빌라에 몰리는 이유다. 9억 원 이하 빌라를 매수하는 무주택자는 전세자금대출도 가능하다. 실제 올 들어 서울 빌라 거래량은 매월 아파트 거래량을 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세 시장부터 안정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새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이 올라 깡통 전세 우려도 커졌다”며 “분양 당첨 시 실거주 의무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전세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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